[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유료방송의 중소 채널사용사업자(PP)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이라는 '3중고'로 고사 상태에 빠지게 됐다.
4일 국회와 미디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은 방송매체 간 '크로스미디어 판매'(교차판매)를 허용했다. 지상파 방송이 지상파계열 채널사용사업자(PP)와 묶어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이 입법되면, SBS는 미디어렙을 통해 SBS플러스 같은 유료방송 PP계열사의 광고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지상파 계열이 아닌 PP들은 크로스미디어 판매 허용으로 지상파방송사가 계열 채널까지 묶어 광고 영업을 시작하면 극심한 광고 쏠림 현상이 나타나 PP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상파 미디어렙의 계열 PP 연계판매가 허용되면 지상파 3사로의 방송 광고 쏠림현상이 심화돼 그 피해를 PP업계가 짊어질 것"이라며 "이는 PP업계의 수익 악화 차원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크로스미디어 판매를 허용하는 지금의 미디어렙법안이 입법돼 지상파가 계열 PP와 연계해 광고 판매시 연간 약 1천억원 이상 방송광고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지상파 매출액은 최소 1천683억원에서 최대 6천16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법안대로라면 지상파 방송사가 광고주가 원하지 않는 계열PP의 상품을 끼워팔기식으로 판매할 수 있다"며 "지상파 방송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의 광고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P업계 관계자도 "지상파 계열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져 방송광고 시장의 지상파 중심의 광고 쏠림 현상이 일어나 매체간 균형 발전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방송광고시장 제로섬 원칙에 따라 PP의 직접적인 광고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PP업계는 이와 함께 종편의 광고 영업이 본격화되면 현재 겪고 있는 경영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2010년 전체 322개 PP의 30%인 97개의 PP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500억 이하의 매출을 기록한 PP는 전체의 87%나 되는 등 중소 PP들의 경영난은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취약한 중소PP의 광고 수입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10월 박현수 단국대(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케이블TV 광고 노출효과 분석 및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의 출범으로 중소 PP의 광고비는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중소 PP들은 곧 발효되는 한미FTA로 인해 해외의 PP들과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3년간의 유예 기간이 있지만 미국 등 해외의 대형 방송사들은 국내 법인을 통한 간접 투자 형식으로 100%까지 지분을 갖고 국내 방송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 중소PP 관계자는 "미디어렙법안은 중소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은 5년간 보장해주기로 하면서도 PP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배려도 담지 않고 있다"며 "미디어렙에서까지 불이익을 받는다면 PP업계는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