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군사용 비행기와 의료 영상장비 등에서 나오는 여러 신호 파형이 비슷해 각 신호를 구별하기 힘든 '가간섭 신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국내 연구진이 내놨다.
배열신호처리 분야에서 30년간 풀지 못한 '서로 간섭하는 신호의 정확한 검출'이라는 난제를 국내 연구진이 해결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신호처리 분야에서 3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가간섭 신호 문제를 KAIST 연구팀(예종철·김종민 교수, 이옥균 박사과정생)이 '배열신호처리방법'과 '압축센싱기술'을 결합해 풀었다고 11일 밝혔다.
비행기나 통신기기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안테나로 신호를 추적한다. 이때 신호의 파형이 각기 다르면 파악이 쉽지만 서로 비슷하면 구별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특히 의료 영상분야의 경우 뇌자도(MEG)와 심자도(MCG) 등을 이용한 간질·심장질환 분석에서도 병변으로부터 나오는 신호가 간섭을 일으키면 정밀한 진단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가간섭 신호 문제는 오랫동안 신호처리 분야의 난제였는데, 연구팀은 기존에 활용되던 배열신호처리방법과 최근 신호처리분야에서 새로운 신호획득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압축센싱기술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기존의 배열신호처리방법으로 실패한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배열신호처리와 압축센싱을 최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수학적인 조건(Compressive MUSIC algorithm)을 찾아낸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배열신호처리 이론과 압축센싱 이론의 장점을 결합하여 지금까지 알고리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신호검출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배열신호처리는 여러 신호를 추적하는데 다수의 안테나가 필요한 신호검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10대에서 나오는 신호 파형을 추적하기 위해선 최소 10개 이상의 안테나가 필요하다. 안테나가 많으면 신호를 잘 추적하지만 파형이 비슷한 신호를 찾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최근 5년 사이 새로운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압축센싱기술은 안테나 수가 적어도 신호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신호가 많아질수록 추적 성능이 기존 배열신호처리보다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김종민 교수는 "두 방법이 최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수학적인 조건을 찾아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예종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신호추적이 필요한 무선통신, 군용레이더 및 의료영상분야 등 센서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원천연구로서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다"며 "특히 국내 바이오공학 분야 연구진들이 IT분야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IT·BT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연구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예종철 교수(41세, 카이스트)가 주도하고 김종민 연구교수(제1저자), 이옥균 박사과정생(제2저자)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호처리 및 정보이론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IEEE Transaction of Information Theory’지 1월호(1월 12일자)에 장문의 논문(24쪽)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 Compressive MUSIC : Revisiting the link between compressive sensing and array signal processing)
용어설명
* 가간섭신호 문제
현대의 무선, 의료 및 군용 레이더·센서는 여러 개의 소형 안테나(혹은 센서)를 배열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하나의 큰 안테나와 같은 성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안테나로 추적하고자 하는 여러 개의 신호원이 동일한 파형이면 서로 간섭을 일으켜 신호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을 가간섭신호 문제(coherent source problem)라고 한다.
* 압축센싱 기술
압축센싱(Compressive Sensing) 기술은 나이퀴스트 (Nyquist) 이론의 한계보다 적은 샘플 수로부터도 완벽하게 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는 최신 신호 처리이론이다.
사진설명
* 위 그림의 (a)는 두 비행기의 신호 파형이 서로 동일해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 (b)는 신호 파형이 서로 비슷해 신호간 간섭이 약간 있는 경우, (c)는 신호 파형이 서로 달라 추적이 유리한 경우.
*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이옥균 박사과정, 예종철 교수, 김종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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