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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늘면 사망률 줄고 고용 늘면 사망률 늘어… 고강도 업무 스트레스 원인"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실업률이 증가하면 사망률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실업률이 낮으면 사망률이 높아졌다. 고강도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고용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경제의 분석' 보고서에 실린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태훈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박사과정)이 발표한 `경기침체는 건강에 이로운가'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실업률이 2%에서 3%로 올라갈 때 사망률은 2.8% 감소하고 실업률이 4%에서 5%로 상승했을 때도 사망률이 1.8%나 줄어드는 등 1991~2009년 우리나라의 실업률과 사망률이 음의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역시 실업률과 사망률이 음의 관계였으나 그 정도는 0.4~0.5%로 우리보다 훨씬 작았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지출 규모와 복지제도의 발전 정도가 선진국보다 낮아 이런 격차가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률이 낮을 때 중년 남성의 사망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원인별로는 감염성·기생충성 질환, 신경질환, 순환기질환, 호흡기질환 사망이 실업률 변화에 민감했다. 특히 45~64세에서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순환기 질환, 음주·식사에 영향받는 소화기 질환이 고용 증가 때 특히 많았다.

고강도 업무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 탓에 중년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업률이 낮을 때 자살도 늘어나 고용이 늘어나면 자살률이 줄어든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 등은 "경제난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적잖을지 모르지만, 대다수는 비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업률 감소가 대다수 국민의 물질적인 생활수준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성장 혹은 경기 상승에 따른 고용과 소득의 증가는 여러모로 긍정적이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며 "근로여건의 악화와 환경오염 심화로 사망이 늘어나는 것도 그중 하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