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현대그룹이 서울의 6성급 호텔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Banyan Tree Club and Spa Seoul, 이하 반얀트리)'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본격적으로 호텔사업에 뛰어든다.
반얀트리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자문사 우리투자증권은 반얀트리의 부채를 포함해 최대주주 지분 95%를 매각하기 위해 지난 10일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서 분할 지급 조건으로 1천600억원을 써낸 현대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쌍용건설은 빠르면 이번주에 본계약을 하고 최종 실사를 거쳐 반얀트리 매각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그룹을 비롯해 부영그룹, 엑티엄 등 총 30여곳이 참여했다.
현대는 가격조건에서는 불리했지만 경영능력, 자금조달 능력, 운영계획 등 비가격 요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이 반야트리 인수에 나선 것은 호텔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얀트리는 서울 장충동 남산 자락에 위치한 옛 타워호텔을 리모델링해 만든 조망권과 접근성이 뛰어난 6성급 호텔이다.
반얀트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호텔 및 리조트 운영업체며, 부동산개발업체 어반 오아시스가 지난 2007년 3월 1천200억원을 들여 타워호텔을 인수해 쌍용건설에 리모델링 공사를 맡긴 후 반얀트리에 운영을 20년간 위탁해 회원제 호텔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로 재탄생했었다.
지난 2010년 6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으며, W호텔과 파크하얏트호텔에 이어 국내 3번째 6성급 호텔로 주목을 받았지만 신규 회원권 분양 부진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결국 매물로 나오고 말았다. 개인 회원권 가격이 1억3천만원에 달하는 등 '럭셔리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었지만, 비싼 회원권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어반 오아시스는 회원권 판매 부진으로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공사대금 1378억원 가운데 절반이나 되는 700억원대 금액을 갚지 못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1500억원 중 800억원 역시 납입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반야트리를 인수해 현대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접목시켜 초특급 호텔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마케팅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강산 관광으로 운영 경험을 쌓은 현대아산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는 우선 미분양된 회원권을 조기 판매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반얀트리 회원권은 현재 4천800억원에 해당하는 총 3천300여 구좌 가운데 47% 가량만 분양돼 53% 가량이 현재 미분양된 상태다.
현대그룹은 신임 대표이사 선임 등 경영진 인사를 포함한 세부 경영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고 추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 연관성이 깊고 롯데호텔 출신인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현대아산이 사업 주체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