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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상승 15년 만에 최고… 소형·경기도 급등

[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전세 가격 급등의 여파로 지난해 월세가 15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일수록, 그리고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급등했다.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지수는 102.6(2010년=100)으로 전년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1996년 3.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월세는 방(房) 수가 적을수록 오름세가 가팔랐다.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월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방 한개(원룸)의 월세가격지수는 106.0(2010년 6월=100)으로 전년 말 대비 3.9% 치솟았다.

방 두개(투룸)는 2.8%, 방 세개(쓰리룸)는 2.0%의 상승률을 기록, 방이 많을수록 상승률이 낮아졌다.

월세가 15년 만에 최고로 오른 것은 전세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지난해 전세지수는 104.6으로 2010년보다 4.6% 올라 2002년 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전세금 부담을 못 이긴 가계가 월세로 옮겨감에 따라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주택유형별로 원룸 월세는 오피스텔 상승률이 4.1%로 가장 높았고, 단독주택 4.0%, 연립ㆍ다세대주택 3.4% 순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1.4% 하락했다.

쓰리룸 월세는 오피스텔 3.8%, 연립ㆍ다세대주택 2.3%, 단독주택과 아파트 2.0%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5.6%)가 높았다. 지난해 초 서울의 전ㆍ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자 월세 수요가 점차 서울 주변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1.0%)은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半)월세' 바람이 불면서 강남 11개구의 월세가 평균 2.0% 올랐지만, 강북 14개구는 전년 말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월세가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오른 탓에 청년층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이지서베이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공동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자취 대학생 85.9%가 월세로 지출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월세가 오르면 세입자의 가처분소득이 줄게 된다. 월세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지금의 월세 제도는 집주인의 뜻대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세입자에게 불리하다. 선진국처럼 임대회사가 체계적으로 월세를 관리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