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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강경 발언에 CJ그룹 "불쾌… 미행사건부터 사과해야"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17일 선대 이병철 회장의 재산 상속권을 둘러싸고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끝까지 법적대응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CJ그룹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상속 소송과 관련, "고소를 하면 끝까지 (맞)고소를 하고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갈 것"이라면서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선대 회장 때 벌써 다 분재(재산분배)가 됐고 각자 다 돈들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뒤 "CJ도 갖고 있는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까 욕심이 좀 나는 것"이라며 소송을 가장 먼저 제기한 원고는 이맹희 씨인데도 이건희 회장은 이맹희 씨의 아들 이재현 씨가 회장을 맡은 CJ그룹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제기한 형제들에게) 섭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상대가 안된다"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소송을 낸 형제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CJ의 한 관계자는 "소송은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 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아버지를 돈만 욕심내는 수준 이하의 사람으로 폄하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을 아들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재현 회장의 의중을 대변했다.

특히 "삼성 직원이 연루된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저럴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CJ그룹에서는 그 동안 소송이 형제 사이에 일어난 개인적인 일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지만, 미행 사건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이 나오자 소송을 낸 형제간 '공동 전열'을 확고히 가다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대응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집안은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녀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아들 이재찬 씨의 미망인 등 세 집안이다.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지난 2월 7천100억원대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고 같은 달 말 이숙희 씨는 1천900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재찬 씨의 부인과 아들도 지난달말 1천억원대의 주식 인도 청구 소송을 내, 세 집안을 합치면 소송가액이 1조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