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실적 저조해도 젊은층 유인과 인지도 제고는 `쏠쏠'
은행들이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고 있으나 실적은 신통치 않다. 그럼에도, 판매를 계속하는 것은 젊은 고객유인 등 부수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1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상품을 내놨던 은행은 외환, 우리, 한국씨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등이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에 발을 들여놨고 씨티ㆍ우리은행이 뒤를 따랐다. SC는 이달 16일 '그루폰'을 통해 연이율 5%의 통장을 내놓으며 뒤늦게 합류했다.
소셜커머스 시장의 몸집이 불어나고 있음에도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원조'를 자처하는 외환은행[004940]은 지난해 6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를 통해 카드를 내놨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카드 상품을 올려놓고 카드 가입 인터넷 페이지와 연계했다. 대중교통 요금 50% 할인 혜택을 내세웠던 이 카드는 하루 만에 1천 개가 완판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카드 상품은 인터넷을 통해 발급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고객들이 가입 문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 상품은 사정이 다르다. '쿠폰'이라는 매개체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쿠팡'을 통해 타 은행 이체수수료면제 이용권을 내놓았다. 가입자가 쿠팡에서 무료로 쿠폰을 구매하고 한 달 내에 우리은행 상품을 인터넷으로 가입할 때 쿠폰을 제시하면 타 은행 이체수수료를 면제해줬다. 쿠팡에 올려져 있던 3일간 1만6천개의 쿠폰이 판매됐다. 그러나 실제로 가입까지 이어진 쿠폰은 1천800개에 불과했다.
한국씨티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쿠팡'을 통해 우대금리를 주는 쿠폰을 내놓았다. 무료로 쿠폰을 구매해 출력한 다음 영업점을 찾아가 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0.6%의 우대금리를 줬다. 이 쿠폰은 3일간 1만2천여개가 팔렸다. 그러나 실제로 영업점을 찾은 고객은 3천230여명에 그쳤다.
씨티은행은 "온라인의 특성상 고객들이 충성심이 약하다"며 "특히 쿠폰을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닌 만큼 고객들이 '일단 받고 보자' 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머지 은행들은 소셜커머스 이용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국민은행은 "소셜커머스 사이트 사용을 검토하자는 이야기까진 있었지만, 상품의 성격차이가 있어서 상품판매에 활용하는 경우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역시 현재까지 소셜커머스에 상품을 올린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결제할 때 포인트 적립이 되는 상품은 있지만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금융상품을 팔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이 계속해 소셜커머스에 무료 쿠폰 상품을 내놓는 것은 가입 전환율은 낮아도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실제 상품 가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30% 선이지만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젊은 고객층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SC은행 역시 "영업실적보다는 젊은 고객층에 접근하는 채널로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상품 가입이라는 `몸통 이익'보다 부대 효과인 `꼬리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씨티나 SC 같은 외국계 은행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상품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씨티은행 내부에서도 소셜커머스 상품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쿠폰 상품은 애초에 실제 가입률을 10%로 잡았는데 오히려 이를 웃돈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업계 관게자는 "현재 일부 시중은행에서도 몇몇 상품을 소셜커머스에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대부분 은행은 쿠폰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일정한 '광고료'만 소셜커머스 업체에 지급할뿐 추가 부담이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고객들의 실제 가입률은 낮아도 쿠폰을 받아가는 고객이 많으면 그만큼 수익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적금상품은 가입전환율이 30% 선이었지만 29억7천500만원이나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