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8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대선출마 선언을 하면서 `박근혜 킹메이커'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일제히 날을 세우며 날카로운 비판의 말들을 쏟아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지역·이념·계파구도를 뛰어넘는 새 정치를 강조하며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정치적으로 필요한 때"라며 "박근혜 전 대표께 제의한다. 지난 40년간 이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깨는 데 역할해달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치를 여는 디딤돌이 돼 달라"고 요구, 여권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킹메이커가 돼줄 것을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당내 경선에 패해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5년을 절치부심하며 기다려온, 그리고 현재로서는 대통령 당선에 가장 가까운 박 위원장에게 킹이 아닌 킹메이커를 주문했으니 '킹메이커'를 자초한 친박계 의원들로서는 황당할 뿐 아니라 부글부글 끓을 만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
박 위원장의 대변인격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은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명색이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자기의 그릇과 수준에 맞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대선주자들의 발언에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10년 대선출마를 준비했다는 분의 선언치고는 참 이상하다. 대선출마 선언문이라기보다는 선거구도 재편 담당자 지원서 같이 생뚱맞다"며 "당의 최대 자산인 박 위원장을 향해 황당한 낙인찍기를 하는 것도 구태의연한 분열주의적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이런 식이라면 임 전 실장의 출마를 `MB시즌2'라고 한들 어찌 반박할 수 있겠는가. 통합의 리더십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구상찬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분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박 위원장에게 `킹'이 아닌 `킹메이커'를 하라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임 전 실장이 존재감이 없으니 '박근혜 때리기'로 존재감을 부각시켜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