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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등 8개 은행, 겉으론 친서민·공정 외치면서 뒤에선 '꺾기 관행' 지속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당국 조사에서 은행의 고질적 병폐인 이른바 '꺾기(구속성 예금)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꺾기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전제로 예금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로, 은행법상 불공정행위로 금지돼 있다.

이들 은행은 겉으로는 친서민·공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해 대출 고객을 괴롭히는 이중성을 보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기업은행, 농협, SC, 부산, 수협, 씨티, 신한, 제주 등 8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구속행위'(꺾기)에 대한 테마검사에 들어가 이들 은행이 모두 943건, 330억 원의 구속성 금융상품을 취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금융상품 구속 기간은 2009년 9월~2011년 6월이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256건(19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 220건(28억 원), SC 139건(12억 원), 부산 134건(60억 원), 수협 74건(10억 원), 씨티 68건(6억 원), 신한 50건(14억 원), 제주 2건(1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금융상품 구속행위를 방지하려는 내부통제절차를 마련·운영하지 않았고 자체 점검도 소홀히 했다.

금융위는 제주를 제외한 7개 은행에 시정조치명령과 함께 2천500만~5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기업과 농협이 각 5천만 원, SC 3천750만 원, 부산·수협·씨티·신한 각 2천500만 원이다.

또 해당 은행장에게는 관련 직원 696명을 조치하도록 했다. 기업·농협·SC·부산·수협 등 5개 은행에는 기관주의 조치가 병과됐으며, 관련 임원 7명은 견책(2명) 또는 주의조치(5명)를 받았다.

금융위는 해당 은행에 대해 돈을 빌린 중소기업, 서민 등에게 강제로 가입한 예금을 해지 또는 예대 상계하도록 하고 시정조치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예금기간에 대한 정상이자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또 꺾기 예방 차원에서 각 은행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스스로 정밀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내부통제의 적정성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현장검사를 강화해 꺾기 등 불공정 영업 관행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로 했다.

아울러 앞으로 꺾기가 적발되면 제재 수준을 높이고 과태료를 전체 건수가 아닌 위반 행위별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