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유로존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다시 강타하자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가 대외 악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상황이 급변할 경우 시장 안정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17일 은행회관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추경호 금융위원회부위원장,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재,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참가자들은 그리스 정치 불안으로 인해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악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외화차입여건 등 경제 펀더멘털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그리스발 위기로 인해 이달 1~16일 세계주가(MSCI)는 7.4%나 떨어졌고 유럽 주요국 주가도 5% 이상 빠져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미국,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1.76%(4월 말 대비 -15bp), 1.47%(-19bp)로 급락했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는 5.83%(32bp), 6.29%(52bp)나 뛰었고 유로화는 이달 들어 4% 절하됐다.
이런 가운데 신 차관은 6월 그리스 재선거 등을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양호한 외화유동성 여건과 충분한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와 금융이 불안해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설명도 했다.
신 차관은 "단기 외화차입 여건이 양호하고, 최근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지만 2011년 위기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중장기 조달 여건이 양호하다"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여유자금도 풍부하다"고 밝혔다.
국내은행 가산금리는 4∼5월 25bp로 양호하고, 19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 CDS 프리미엄은 15일, 16일 기준으로 117bp, 143bp로 지난해 10월 위기 당시 201bp, 229bp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지난달 6천억 원, 이달 2조 2천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코스피는 3월 말 대비 170포인트 이상 빠지고 원·달러 환율은 1천133원에서 1천166원으로 30원 이상 상승했다.
신 차관은 "작년 10월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과 은행 외화유동성 확보 등 선제 조치로 우리나라 위기대응능력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인 만큼 사태 전개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리스 사태 진전 등 유럽 정치·경제상황 변화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주식·채권·외환시장의 자금 동향을 자세히 점검하면서 엄격한 수준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차입금 만기일정 등을 고려해 충분한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필요하면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 내실을 다져나가되 대외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위축되지 않도록 투자·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미세조정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