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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자유' 찾아 새누리 박근혜에게로?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20일 선진당을 전격 탈당했다.

2008년 자신이 주도해서 만든 당을 4년여 만에 스스로 박차고 나온 것이어서 이 전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와 선진당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주목되고 있다.

측근들은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정계 은퇴가 아니라 대선에서 보수 진영 승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선진당을 탈당한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보수 대연합 구성을 강조해 온 데다 대선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선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일 탈당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이념을 지키고 정직과 신뢰, 법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긍지와 신념으로 자유선진당을 일궈왔다”며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5월 29일)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선진당은 4·11 총선 참패 이후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명을 바꾸고 보수 성향의 정강 정책을 중도로 옮기는 등 탈이념화를 내걸며 환골탈태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9일 전당대회에서 이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 위원장 등이 주도하고 있는 당명 개정을 포함한 당 정체성의 변화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탈당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선진당의 정체성이 심대평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을 거치며 많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창당 당시 보수 정체성의 핵심인 ‘자유’를 넣을 것을 확고히 하는 등 현 당명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래서 탈당 선언문을 통해서도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참보수’를 기치로 자신이 만든 정당이 허물어지는데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게다가 당내 주도권 싸움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측근은 “심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선진당 내 ‘이회창 색깔 지우기’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종종 참담한 심경을 나타냈다”면서 “특히 최근 이 위원장이 당직자 인사에서 이 전 대표계 인사를 대거 교체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측에서는 비례대표 공천 결과나 총선 불출마 당협위원장에 대한 용퇴 압박을 자신의 측근에 대한 ‘가지치기’로 보고 있다.

한 인사는 “탈당했던 사람, 무소속이던 사람을 충청 발전을 위해 받아줬더니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데 대해 매우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1997년 대선에서 경선 불복 뒤 출마해 자신에게 고배를 안긴 이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당내에선 나왔다.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은 악연이 있다. 이 위원장은 1997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대선에 출마, 이 전 대표의 대권을 물거품이 되게 했다.

그 해 7월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이 위원장은 아들 병역 문제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9월 탈당을 결행,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서 3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이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39만여 표 차이로 패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전 대표가 20일 전격적으로 선진당 탈당, 선진당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

선진당에서는 박선영 의원 등 이 전 대표의 측근 인사도 동반 탈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당은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 후 이명수 의원과 성완종 당선자가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당 안팎이 어수선한 상태다.

한편, 탈당을 전격 선언한 이 전 대표는 이날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아 ‘정계 은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한 측근은 “정계 은퇴는 아니라고 본다. 대선 정국에서 보수 대연합을 포함해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고 이르면 6월 중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대선에서 보수 진영 승리를 위해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와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이전에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연대`합당 문제를 논의해온 만큼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서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측근은 그의 '대선 4수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본인이 직접 출마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