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한국과 유럽연합(EU)간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관세 인하 품목의 수출이 16%나 급증한 반면 기존의 무관세 품목의 수출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부채 위기 등으로 EU 수입시장이 위축됐음에도 우리나라 관세 인하 제품의 수출이 늘어난 것은 FTA 효과 등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제품과 자동차 등이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박, 전자 집적회로, 전화기 등의 수출은 급감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한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관세가 내려간 품목의 수출은 16.1%나 증가했다. 이는 EU가 같은 기간 세계 전체에서 수입한 동일 품목의 증가율 6.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번 통계는 EU에서 수입한 실적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이 235.4%나 늘어나 한·EU FTA 체결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 71.8%, 섬유제품 26.0%, 자동차 부품 15.3%, 타이어 9.1%, 플라스틱 수지 3.9% 등이 뒤를 이었다.
기재부는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 보급, FTA 활용지원센터 운영, 원산지 컨설팅 및 설명회 개최, 인증수출자 제도 등이 수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중소기업들은 원산지 기준·증명절차 등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해 FTA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1:1 컨설팅, 원산지확인서 유통 활성화 등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무관세 품목의 수출이 무려 29.1%나 감소한 영향으로 EU로 수출된 전체 물량은 7.4%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FTA와 관계없이 무관세가 적용된 선박(-48.5%), 전자 집적회로(-46.7%), 전화기(-50.5%) 등의 수출이 급감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선박 수주 감소, LCD·집적회로 수출단가 하락, 휴대전화 국외생산 확대 등도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반면 EU 제품의 한국 수출을 보면, 승용차(24.3%), 엔진 부품(26%), 액체펌프(38.6%) 등의 수출이 늘어났다.
그러나 동기간에 EU 제품 수입 증가율은 19.9%로 세계 전체에 대한 우리나라 수입 증가율 20.2%에 비해 소폭 낮은 것으로 나타나 유럽은 FTA 체결로 큰 혜택을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