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과 2차 진상조사 결과 등을 놓고 신당권파와 구당권파로 나뉘어져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지도부 경선 투표에서 온라인 투표가 서버 장애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까지 직면하는 등 점점 더 헤어나오기 힘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온라인 투표의 데이터베이스가 일부 손상돼 복구가 불가능한 만큼, 이번 투표가 무효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서버 장애의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놓고도 공방이 오가고 있어 다시 한 번 계파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비대위는 투표 결과를 무효화된 뒤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재투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구당권파 측에서는 혁신비대위 지도부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있어 재투표가 실시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구당권파 측 김미희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버 장애와 관련, "자신의 기본임무를 망각한 채 우호적이지 않은 모든 비판 세력을 제명하는 등 당권 장악에 몰두한 강기갑 혁신비대위가 책임질 사안"이라며 "혁신비대위는 당원, 국민 앞에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측 관계자는 "사태를 차분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악의적인 정치 공세는 적절치 못하다"면서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서버 문제이기 때문에 서버를 보강해 안정성을 높인 뒤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이 같은 정치 공세는 전날 발표된 비례대표 선거의 부정·부실 결과를 희석화시키고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서버를 통합진보당에 임대한 업체인 `스마일 서브'에서는 "우리가 임대한 하드웨어의 장애나 제공한 회선 장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투표를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나, 데이타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의 문제로 판단된다"고 책임을 시스템 문제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