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전세난 등으로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의 저소득층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식비를 줄여 주거비를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서민들이 당장 먹는 것보다 집 사는 문제를 더 시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16일 서울복지재단가 내놓은 `저소득층 자산형성 성과측정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4%가 넘는 304명이 주거비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 저축한다는 응답이 82명(20%)으로 뒤를 이었고 사업 자금 확보, 내구재 구입비 마련을 위해 저축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각각 12명(2.9%), 3명(0.6%)에 불과했다. 저소득층 대부분이 없는 가운데서도 주거비 마련과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 저축하고 있는 셈.
또 저축액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30%에 가까운 122명이 식비를 절약해 충당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부업·아르바이트(20.3%), 피복비·내구재 구입비 절약(15%)이 뒤를 이었다.
조사대상 저소득층의 월평균 생활비는 134만5천원, 월평균 근로소득은 141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많은 저소득층 시민이 식비까지 줄이면서까지 주거비 마련에 골몰하는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에 따른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 폭등과 전·월세 부족에 시달려온 서민들이 필수 생활비인 식비마저 줄여가며 주거 문제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많은 저소득층들이 식비마저 줄여가며 주거비를 저축한다는 것은 주거 불안이 상당하는 의미"라며 "시장 상황에 맞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되 긴박한 경우 직접 주거비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희망플러스통장은 저소득층의 자립을 유도하기 위해 가입자의 근로소득 저축액과 같은 금액을 매달 시가 적립해주는 통장으로 현재 1만4천943명의 수급자·차상위계층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