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현실 따로 ‘목재법’ 따로'

산림청, “목재생산업, 임산가공 자격증 소지자 의무고용”
현실은 죽은 사람 포함해도 기사 172명, 산업기사 139명


산림청의 목재법(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재정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일부 법령들이 시작도 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단순한 착오라며 재고해 보겠다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산업계 당사자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목재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하위법 재정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산림청은 하위법 재정을 위한 TF회의를 앞두고 지난 17일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안)’을 관련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날 배포된 안에 따르면 목재법 제35조에 따른 목재생산업의 등록 요건으로 상시고용인원 수에 따라 ‘임산가공기사’, ‘임산가공산업기사’, ‘임산가공기능사’를 각각 한 명 이상 고용토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제재업 중 △20명 이상 사업장은 ‘임산가공기사’ △10명 이상 20명 미만 사업장은 ‘임산가공산업기사’ △10명 미만 사업장은 ‘임산가공기능사’를 한 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목재생산업의 종류는 일반제재업을 비롯해 합판 및 보드 생산업, 방부처리업, 칩 톱밥 목분 제조업, 목탄 목초액 제조업, 목질 건축용 내장재 생산업, 무늬목 제조업 등 거의 모든 목재생산업체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임산가공기사 172명 △임산가공산업기사 139명 △임산가공기능사 652명이 전부다.


이마져도 ‘죽은 사람까지 포함돼 있다’는 게 산업인력공단 담당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1년 현재 최근 3년간 △임산가공기사 필기합격자 14명, 실기합격자 13명 △임산가공산업기사 필기합격자 19명, 실기합격자 12명에 불과하다.<표 참조>

 


산업인력공단 자격관리팀 관계자는 “(임산가공 관련 자격증은) 실기나, 필기 혹은 둘 다 면제되는 경우도 있어 실기 합격자 보다는 최종합격자의 수는 많다. 하지만 매우 인원이 적은 종목”이라며 “지난 2011년까지 집계된 합격자 수는 산업인력공단에서 관리를 시작한 1982년 이전부터 지금까지의 합격자 수를 모두 합친 것이다”고 밝혔다. 또 “그렇다면 죽은 사람도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관련 자격증이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4년 신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자’와 ‘생산가능인력’은 이보다 더 터무니없이 적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자격관리팀 관계자는 이어서 “상대적으로 수가 많은 임산기능사도 올해부터 목재가공기능사와 펄프제지기능사가 통합 운영됨으로써 늘어난 것인데, 목재가공기능사는 11명뿐이다”면서 “하지만 652명이라는 숫자도 다른 자격증에 비해서는 극히 적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목재법이 시행되면 목재생산업체는 있지도 않은 자격증 소지자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산림청 목재생산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17일 나무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산가공 관련) 자격증이 쓸모없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활성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마련한 자격요건이다”면서 “(자격증 소지자의 수가 부족한 현실에 대해서는) TF회의에서 논의해 보자”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부처에 전화 한 통으로도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목재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목재법 재정을 탁상머리에서 안일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업계의 비난은 면치 못할 형편이다.


인천의 한 제재업체 사장은 “자격증 소지자가 있다고 해도, 산업현장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도 안 되는 방침이다”고 못 박고, “제재산업은 대표적인 기피업종인데, 대학 나오고 자격증까지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임금까지 주면서 채용할 수 있는 제재소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