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책임론'과 황우여 대표 사퇴를 주장하며 대선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 3인이 6일부터 경선에 복귀, 남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 파문이 급수습되게 됐다.
비박 주자들이 `경선 보이콧' 입장을 접고 전격적으로 경선 복귀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일단 자신들이 내건 요구조건 중 일부가 수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대표와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7인(5+2)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황영철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가나다순) 등 3인은 6일 서울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경선에 다시 참여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으로 인해 지난 3일부터 파행을 겪어 온 새누리당 경선은 사흘 만에 정상화되게 됐다.
황 대표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후보자 5인은 당에 대한 애정과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국민과의 약속대로 경선 일정을 치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이와 관련해 당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황 대표가 책임을 지고, 의혹과 관련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각 후보가 추천한 1명을 포함해 10명 이내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철저하게 진상이 밝혀질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검찰수사를 통해 총선 당시 공천위원을 지낸 현기환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황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지난 3일 ▲황우여 대표 사퇴 ▲경선일 연기 ▲공천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공천 관련 자료 공개 등을 촉구했었다.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도 제기했었다.
비박주자들이 요구한 `공천비리 확인시 박근혜 후보직 사퇴' 주장과 관련해 황 대표 비서실장은 "당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현재 당 대표가 책임지는 게 맞다는 데 모든 후보자들이 공감했다"고만 전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연석회의 후 당사를 떠나면서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삼갔다.
이와 관련, 김 지사 측 신지호 전 의원은 "김 지사는 연석회의 결과에 만족하기보다는 경선 파국을 막고 당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전 실장은 당사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결론에 불만을 갖고 있고 그간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김문수 김태호 두 후보가 내일 서울대회까지 파행으로 치를 경우 당이 입을 상처를 염려하고 저 역시 그렇지 않아도 힘든 당에 또 상처를 주는 것은 책임있는 당의 대선후보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 대표 비서실장은 "`경선 보이콧은 해당행위'라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오해가 풀리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공천비리 확인시 당 대표가 책임을 지고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는 이 두 가지 정도면 비박주자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수용된 것으로 봐서 결론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의 `낮은 자세'도 상황 정상화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정책토크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에 앞서 오후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대 정책 토크 청년과 함께'에 참석한 자리에서 "사실 여부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의혹이 얘기되고 있다는 자체가 참 안타깝다"면서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봉합으로 새누리당 경선은 6일부터 일단 정상화되게 됐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일단 검찰 수사 결과, 공천헌금 의혹이 일부분이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황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당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현 당헌상 당 대표가 사퇴할 경우 60일 이내에 당 지도부를 새롭게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
또 후보 추천자들이 주축이 된 진상조사위가 공천헌금 관련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시절에 진행된 4ㆍ11 총선의 공천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경우 남은 경선 기간 내내 박 전 위원장은 공세를 피해가기 힘들 수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 파국', `반쪽짜리 경선'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검찰수사 결과나 진상조사위 활동에 따라 당이 다시 한번 소용돌이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