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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주식거래 20~30% 급감… `자산디플레이션' 우려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올해 들어 대표적인 자산증식 수단인 부동산과 주식 거래가 동시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치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자산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물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지자 소비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자산 역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산증식에 있어서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은퇴자의 노후대비는 더욱 어려워졌다.

29일 한국거래소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는 동(호)수 기준으로 40만7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만3999건보다 30.2%나 줄었다.

이 기간 토지거래 규모도 135만7천138필지에서 117만9천759필지로 13.1%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의 주택 거래량(4만5221건)과 토지 거래량(8만9303필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5%, 23.4% 줄었다.

또 이 같은 주택과 토지 거래량은 2006년 이후 거래 규모가 가장 작았던 2010년보다 더 나쁜 수준이다.

올해 1~7월 주택 거래는 2010년 같은 기간의 44만5724건보다 10.1% 적고 토지 거래는 2010년의 119만2034필지보다 1.0% 줄었다.

주식시장 거래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 1~7월 주식거래 대금(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은 1045조22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05억5027억원보다 19.9%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주식시장이 위축되면 부동산으로 이동한다는 속설이 올해는 어느 쪽으로도 돈이 움직이지 않아 무색해지고 있다.

이 같은 거래 급감에는 부동산과 주식을 통해 기대수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으로도 부동산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단시일 내에 반등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등의 당근을 계속 꺼내고 있지만 경기악화로 수요가 위축된데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 저가 주택 공급으로 인한 시장 교란, 가계대출 증가, 저출산 충격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아 수요자들의 관심은 냉랭하기만 하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17일에도 40세 미만 직장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하는 DTI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한주 만에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28% 떨어져 DTI 등의 호재를 무색하게 했다.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노리는 자산증식은 꿈에서도 생각을 못하고 있고 이자수익이나 올리기 위해 은행 예금 등에 자금을 묻어두고 요지부동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6월 말 현재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650조원에 달했다. 이 규모는 2007년 말 502조원에서 작년 말 647조로 커졌고 올해는 650조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자산증식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다.

가계신용은 2분기 현재 992조원으로 1천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금액은 일반 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을 모두 합한 것이다. 돈을 기본적인 생계 유지비 외에 이자 갚는데 쓰다 보니 자산증식에 쓸 돈이 적어지거나 아예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유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산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한국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80%가 부동산인데, 이 가격의 하락세가 무서울 정도다. 국내 주식의 가치도 1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7월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보다 10%가량 하락했으며, 전국의 아파트 분양가도 금융위기 직전의 71.3%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나쁠 때 `투자 대체재' 역할을 하기도 했던 주식시장도 사정이 비슷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5월 고점보다 150조가량 증발했다.

이런 데다 가계부채 문제와 유럽 재정위기 등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아 자산가치 급락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시장만 보면 2008년에 고점을 찍은 직후 자산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한다면 더 이상 자산 가격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산증식 거래 감소로 자산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소비까지 줄어드는 `자산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자산 역효과는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 가격의 하락이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줘 소비가 감소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자산 가격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다시 자산 가격을 떨어트리는 악순환이 생긴다.

지식경제부의 분석을 보면, 국내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올해 4월 2.4% 줄어든 이후 매달 5.7%, 7.2%, 8.2%로 감소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4개월 연속 감소세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 이래 처음이다.

또 올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로 1분기(1.6%)보다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 투자은행(IB)인 HSBC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올해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이 2.1%에서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의 경우 자산디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부실채권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계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8년 말 0.54%에서 2010년 말 0.56%, 작년 말 0.60%, 올해 6월 말 0.76%로 올라섰다.

대출자들의 상환과 이자 부담으로 가계의 소비위축이 경제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수석연구원은 "자산디플레이션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자산가격의 조정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버블 경제가 가지는 위험성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 역효과로 은퇴자의 노후준비는 점점 어려워졌다. 국내 은퇴자들은 노후대비를 위해 부동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데,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 자산 증식과 현금 확보에 큰 어려움이 생기고 특히 은퇴자의 노후 준비가 더 막막해지게 된다.

선 소장은 "부동산에서는 `자산 역효과'가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자산디플레이션이 2008년 중반부터 시작됐다"며 "정부가 계속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풀고 가계부채를 늘리면 부동산 시장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최근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났으나 대외 여건에 따라 상승 사이클을 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 김대수 부지점장은 "투자자들은 예금, 적금, 물가채, 국공채 등 `저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