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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중국어민 고무탄 사망에 중국 여론 '싸늘', 어… 왜?

[재경일보 박소영 기자]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90㎞ 해상에서 불법 조업 단속에 저항하던 중국 선원(44)이 한국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6시께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평소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던 중국 누리꾼들이 차분하고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어민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부 누리꾼들이 "중국을 괴롭히는 한국을 치자"는 식의 과격한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국 어민의 불법조업이 비극의 근본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누리꾼 'liensy4764'는 포털 사이트 큐큐닷컴 게시판에서 "만약 우리 수역이었다면 저항이 허용될 수도 있었겠지만 어민들이 불법적인 저항으로 말썽을 일으켰다"며 "결국 우리 어민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심하자'는 필명을 쓴 누리꾼도 '(해양) 환경을 잘 가꿔 물고기들이 중국 해역으로 오도록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다른 사람의 밭에 가서 무를 뽑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서해에서 중국 어민들의 불법 조업이 문제가 될 때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 비판 여론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이번처럼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대응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경보(新京報), 경화시보(京華時報),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주류 신문이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관련 소식을 1면에 싣지 않는 등 대부분 중국 언론들은 전날부터 이번 사건을 크게 보도하지 않다.

또 한국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 자국 어민들이 흉기를 들고 극렬히 단속에 저항했다는 한국 측 '해명'을 가감 없이 실었다.

18일에도 중국 언론들은 '폭력적인 법 집행 중단을 한국에 요구했다'는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만 간략히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자국의 주장보다는 사망 어민을 포함한 중국 어민들이 극렬한 저항을 해 어쩔 수 없이 비살상용 무기인 고무탄을 사용해 진압에 나섰다는 한국 해경의 발표를 더욱 자세히 실고 있다.

아울러 중국 언론들은 국민의 반한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사망자 유족 반응 등에 대한 보도를 일체 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런 여론 동향 및 언론의 보도 태도로 미뤄볼 때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시키지 않겠다는 대응 방침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