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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공무원 대규모 횡령에 혈세 줄줄 센다, 대책은?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최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빼돌렸다가 적발된 피 같은 세금 액수는 76억 원(전남 여수시), 46억 3천만 원(경북 예천군), 5억 5천만 원(전남 완도군), 6700만 원(제주시), 강원도(2800만 원) 등으로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지경이다.

공사·계약 비리, 뇌물수수 등 전형적인 공무원 범죄를 차치하고 횡령만을 따져도 이 지경인 데다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어 "과거와 비교해 돈의 단위가 달라졌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특히 수십억을 횡령한 여수 8급 공무원과 예천 7급 공무원은 각각 사채놀이와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자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해 결국 수십억 원대 혈세를 빼돌렸으며, 모두 감사원 감사에 압박을 받자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대형 횡령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 기관은 '고강도 감사·감찰'이라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횡령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재정 운용을 투명화한다며 도입한 전산 프로그램도 공복(公僕)으로서 본분을 잊은 공무원들에게는 허점을 속속 드러내고 있으며, 상급자 결재과정에서 문서 조작, 허위 날인 등은 무사통과 됐고 안팎의 감사 기능도 무기력했다.

통상 기초단체는 자체 감사, 광역단체, 행안부, 감사원 등 4단계의 정기·특별 감사를 받는데, 일상적인 감사는 대부분 계약·공사, 정책 분야에 집중되고 있고 최근 여러 사례에서 횡령 대상이 된 공무원 급여 등 회계 분야 감사는 제보 등으로 문제가 터지고서야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고 업무 담당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제한된 인력, 시간으로 공직비리를 샅샅이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족한 감사기능을 강화해야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공무원 횡령을 막으려면 빈틈없는 제도가 필요하지만 제도를 운용하는 것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고 지적하면서, 근무 순환주기를 단축하고 서로 상대방의 업무를 감시해 연대 책임을 지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남대 경영학부 양채열 교수는 "잘 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자리에 너무 오래 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 부패의 씨앗이 됐다"며 "고인 물이 썩는다는 옛말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회계 관련 부서에서는 전문성을 이유로 장기근속을 용인해 부패를 방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안산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김경린 사무국장도 "일정 숙련기간을 마치고 능숙할 만할 때 업무가 바뀌는 단점도 있겠지만 부패·비리방지에 방점을 찍는다면 근속기간 주기를 짧게 해야 한다"며 "감사의 효율성을 고려해 외부감사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재선상의 상하급자, 동료 간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광주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김기홍 사무처장은 "하위직원의 비리라도 상급자에게 책임을 묻는 연대 책임이 중요하다"며 "동료가 수십억 원을 횡령했을 때 상관도 함께 책임을 지게 한다면 비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