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지난해 약가인하의 여파와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의 수축으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7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업계 1위 회사인 화이자는 영업직 65명, 내근직 15명 등 총 80명을 ERP(조기퇴직보상프로그램)로 감축할 계획이다.
화이자제약은 최근 약가인하와 회사경영 악화 등 요인으로 노조 측에 ERP와 관련된 공문을 발송했다.
화이자 노조는 1월 첫째 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재개한 미팅을 매주 금요일마다 사측과의 미팅을 갖고 오는 2월 초 경에는 ERP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0명 규모의 ERP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 '조직 최적화'를 목표로 전 부서를 대상으로 ERP를 재가동한 데 이어 5개월만인 12월에 '글로벌 조직변화'를 명분으로 다시 한 번 ERP 시행 방침을 밝힌 것.
GSK는 이전에도 몇 차례 ERP를 시행했지만, 이번에는 범위도 '10년차 이상'에서 고위 임직원을 포함한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규모도 20명 안팎에서 1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지난해는 ERP를 비영업조직인 내근부서를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이번 ERP 프로그램은 영업부서를 포함한 전 부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 얀센이 지난해 말 20명,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해 7월 20명, 바이엘은 100명을 감원하는 등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요 외국계 제약사가 줄줄이 인력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ERP가 영업직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10년 새 영업직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감원바람은 지난해 보험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 내린 약가인하가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약시장의 규모도 줄어들어 2011년의 경우 전년보다 감소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2011년 의약품 시장규모(생산+수입-수출)는 19조1천646억원으로 2010년 시장규모인 19조3천472억원보다 0.94% 줄어든 것이다.
영업직 등 인력감축으로 생기는 공백은 인력파견업체나 국내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메우고 있다.
한국BMS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영업업무를 각각 인력 파견업체인 '인벤티브헬스코리아'와 '맨파워코리아'를 통해 대행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의 노동조합이 모여 만든 한국민주제약노조의 김상찬 위원장은 "약가인하로 경영이 어려줘졌다 해도 회사가 고통분담을 하지 않고 인력 구조조정에만 기대고 있다"며 "경영진이 임금동결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화이자제약과 GSK의 구조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며 "약가 인하 이후 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 보니 타 제약사들도 ERP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