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평생 동안 자유를 갈구하며 살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아름다운 여인 엘리자벳은 지금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벳 황후는 오랫동안 유럽의 역사 속에서 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트 왕궁에 들어오며 '죽음'을 데려왔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엘리자벳의 일생은 암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포함해 너무도 비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해 최고 흥행작 뮤지컬 '엘리자벳'이 지난 달 26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올랐다. 강렬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로 지난 해 초연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엘리자벳이 올 해 2번째 막이 오른 것이다.
지난 1992년 9월 비엔나에서 시작된 엘리자벳은 수많은 언어로 공연됐다. 엘리자벳은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를 만든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첫 히트작으로, 전 세계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기존의 라이선스 작품들과는 달리 현지 관객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이 허용되는 것이 엘리자벳의 특징이다.
21년 전만 해도 자유를 갈망하지만 결국 자유를 얻지 못했던 엘리자벳의 이야기가 작품 전면에 자리했다면, 최근에는 엘리자벳이 삶의 순간과 죽음의 열망 사이에서 느끼는 아슬아슬한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다.
19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후의 일대기를 판타지적 요소인 '죽음(Tod·토드)'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하여 만든 엘리자벳은 더 화려하고 거대하게 탄생됐다.
엘리자벳은 전형적인 쇼뮤지컬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에 가상의 존재인 '죽음'을 덧입히고 그녀를 살해한 '루케니'의 해설로 극을 끌어가는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대신 넘버와 해당 장면의 퀄리티를 강화하고, 부족한 설명은 루케니에게 맡기는 형식이다.
때문에 작품은 다양한 장면에서 마치 갈라쇼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낸다.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벳. 하지만 그녀는 진정한 자유를 갈망했고 비극은 시작된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씨씨(Sisi)라고 불렸던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은 모든 편견들에 대해서 저항을 합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관습에 얽매인 왕실의 억압에 저항했고, 거짓에 둘러쌓여 있으면서도 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엘리자벳'에는 일단 믿고 보자는 배우들이 많다. 옥주현, 김준수, 박은태, 민영기, 이정화 등 초연배우들과 함께 김소현, 박효신, 이지훈, 김이삭, 노지훈 등 실력파 배우들이 더해졌다.
다시 '엘리자벳'을 맡은 옥주현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다. 옥주현은 소녀 씨씨(엘리자벳의 어린시절 이름)가 19세기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왕후가 돼 죽음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잘 이어간다.
실베스터 르베이는 옥주현에 대해 "지난 몇 년간 가슴에 꼭 담아놓은 배우다. 내 노래를 이렇게 잘 불러줄 수 있는 배우를 만난 건 영광"이라고 칭찬했다.
새로운 엘리자벳 김소현은 뮤지컬 마니아가 가장 원하는 엘리자벳으로 뽑혀 옥주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배우다. 실베스터 르베이는 김소현에 대해선 "감정선이 느껴지고 진정성이 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난 해 9월 군복무를 마치고 새로 합류한 박효신의 모습도 놀랍다. 작심한 듯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다.
박은태는 무대와 관객을 휘어잡는다. 또 이미 '에비타'에서 해설자 역할을 해본 이지훈은 색다른 모습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올 해는 이야기를 보완하려 노래도 하나 더 추가했지만, 화려한 갈라쇼 같은 구성에 가려 정작 공연이 끝났을 땐 엘리자벳의 인생에 대한 감동은 크게 느끼기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감미로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 위에 구현시킬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는 9월 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