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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에 오른 LTV·DTI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홍정규 이지헌 기자 = 시중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다'며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계기다.

LTV는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2년, DTI는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각각 도입된 대표적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이다. 온갖 정책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자 금융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주택구매를 제한한 것이다.

길게는 도입된 지 13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정부나 시장은 지역별로 획일적인 한도를 정해놓고 운영해 온 두 제도를 합리화하자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가계부채가 국가경제의 큰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섣불리 손댈 경우 파국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미세조정, 합리적 조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 규제완화의 핵심은 DTI…"상환능력에 맞게 규제 풀어야"
두 제도 가운데 시장에서 가장 불만이 큰 것은 DTI다. DTI(Debt To Income)이란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수입)이 7천만원이고 DTI가 50%로 규정되어 있다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천5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다. 총부채상환비율이 낮을수록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제도는 집값 상승기에 부동산 투자수요를 억제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2005년 도입 이후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 등)에서 40%, 투기지역 외 서울 시내 50%, 수도권 및 지방 60%로 규제됐다가 투기지역이 사라지면서 서울 50%, 지방 60%로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처럼 획일화된 규제는 시장을 옥죈다.

특히 자산은 있지만 현금흐름이 없는 자영업자, 노년층이나 미래 소득이 보장됐음에도 수입이 적은 젊은 층의 주택구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축소신고 경향이 강한 자영업자 비중이 20%를 넘는다"며 "자영업자들은 소득증명을 해야하는 DTI를 통한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도 "고객들이 대출한도가 제한받는 것에 많이 불편해 한다"며 "실제 소득과 신고소득이 괴리된 경우, 갚을 능력이 있는데 충분히 대출을 못 받는 경우 등 현실을 고려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LTV도 탄력적 적용 필요…"집값 떨어지는데 규제라니"
주택담보대출비율(Loan To Value ratio)이란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집의 자산가치를 얼마로 보는가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이 50%라면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이 제도는 DTI보다 일찌감치 도입됐지만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에는 대출한도가 계속 올라 투기억제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도는 수도권 50%, 지방 60%다. 그러나 오를 때 샀던 집값이 급락하면서 이미 LTV 한도가 80%를 넘는 주택이 많아졌다. 은행들은 한도를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비율에 맞춰 만기연장때 차액만큼 상환을 요구해 LTV 적용을 받지 않는 저축은행이나 보험 등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상황을 일으키기도 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가격 변동성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담보대출 비율을 탄력적으로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운용하는 바람에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대출의 신뢰성, 상환 가능성 등은 금융기관이 책임을 지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인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강제함으로써 주택수요 감소, 거래 상실, 금융산업 발전 지연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규제완화해도 집값 급등은 없을 것…심리 안정 효과"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LTV와 DTI를 대폭 완화하는 데는 정부나 전문가, 금융권 모두 반대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LTV DTI의 큰 틀은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손볼 수 있는 것을 손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미 시행된 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 시장 상황도 달라졌으니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수준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례로 수도권 LTV를 50%에서 60%로 올린다고 한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을 금리조건이 좋은 1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게 해 대출자의 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TV와 DTI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고 해서 침체한 시장이 확 살아날 가능성은 적다는데 대부분 공감한다. 다만 집을 사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잠재적 구매자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규제를 푼다고 주택 구입의 의사 결정에 당장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과거처럼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기적 목적으로 집을 살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LTV와 DTI가 부동산 경기활성화에 미치는 효과는 '조금 있는 정도'"라면서 "전월세 과세 원점 검토, 분양가 상한제 철폐 등 추가 시장 활성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