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러시아에 유럽연합(EU)의 강도 높은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캐머런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와 관련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EU의 강화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도 러시아가 획기적으로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EU 차원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대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선데이타임스 기고에서 러시아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98명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동부 마을의 처참한 광경은 평생 잊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과 서방국은 이에 맞서 힘과 영향력, 가용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유럽은 러시아보다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질서와 평화 수호를 위한 단호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사고기가 우크라이나 반군 점령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격추된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잔학 행위의 책임자 색출과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반군에 대한 지원을 당장 멈추고 우크라이나의 안정 회복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인 조치로는 러시아가 국제 조사단의 사고현장 접근을 즉시 허용하고 이를 위한 휴전 조치와 조사 작업 지원에 나설 것을 제시했다.
캐머런 총리는 "러시아의 지원이 끊기면 대표성이 없는 반군은 저절로 소멸할 것"이라며 EU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장기적인 관계 설정의 방향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태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해먼드 외무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22일로 예정된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문제를 논의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때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먼드 장관은 EU 회원국들이 이번 사태로 충격을 받아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이 같은 기류를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정보가 여객기를 격추한 세력이 친러 반군이고, 공격에 쓰인 미사일을 러시아가 지원했다는 결론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직접 통제 수준은 아니라도 반군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반군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먼드 장관은 또 스카이뉴스와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도 "러시아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사고 현장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보장하고 국제조사단의 활동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