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급속한 노령화 추세에 맞춰 일반 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고령자·장애인 등 주거약자를 위한 설계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이같은 무장애주택 설계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주거약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주거 이용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주택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3년 기준 전체 인구의 12.2%(613만여명)에 달하고 장애인도 251만여명(2012년 기준)으로 5%가량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공동주택에도 공원이나 공공건물 등과 마찬가지로 주거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접근로나 전용주차구역, 출입구, 복도 등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규정만 있을 뿐 주택 내부에 대한 설계기준은 담겨 있지 않다.
또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주거약자용 주택에 있어야 할 편의시설의 설치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이는 임대주택에만 적용된다.
이 기준을 보면 주거약자용 주택은 출입문의 너비가 85㎝ 이상이어야 하고 출입문 손잡이는 레버형으로 잡기 쉽고 조작이 쉬운 것이어야 한다.
바닥은 원칙적으로 높낮이 차이가 없어야 하고 거실·욕실·침실에는 경비실 등으로 연결되는 비상연락장치가 제각각 있어야 한다.
또 현관 출입구 옆에는 바닥에서 75∼85㎝ 사이의 높이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야 하고 거실에는 현관 바깥을 볼 수 있는 비디오폰이 1.2m 높이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
욕실의 경우 출입구에 동작감지센서가 달린 등이 설치돼 있어야 하고 좌변기·욕조·세면대 주변에는 안전손잡이를 달아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일반 주택의 경우 주거약자를 위한 별도의 설계기준이 없어 주택 안에서 주거약자가 안전하게 주거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일반 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무장애주택 설계기준과 표준 모델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주거약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더 편안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거약자나 일반인이 모두 지내기 편한 '보편적 디자인'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약자만을 위한 구조로 설계되면 주택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수요자가 제한되고 일반인이 입주할 경우 비용을 들여 원상으로 회복해야 하는 등의 부담이 발생하므로 누구나 살기 편한 보편적 디자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거약자의 주택 이용 특성을 분석하고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가운데 주거약자가 더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 무엇인지도 파악해 기준의 적용 대상을 우선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 국내외의 기존 설계기준, 매뉴얼 등을 분석해 앞으로 주택 설계에 실제 써먹을 수 있는 무장애주택 설계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렇게 마련한 기준을 내년 중 우선 건설협회나 LH 등에 가이드라인으로 배포해 이런 기준을 따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설계기준을 적용한 주택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