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韓, 저물가 장기화 우려…’물가’만 잡는 아베

[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만에 한국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잃어버린 20년’ 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기 때문이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앞섰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4분기 1.4%를 기록, 올해 1분기 1.5%, 2분기 3.6%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1%, 1.1%, 1.6%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 곧 경제회복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아베총리의 물가 집착 탓에 다른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이는 사실 넓은 의미의 성장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경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일본의 6월 인플레이션은 1.2%로 5월 1.3%에서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쿠로다 일본 은행총재가 목표로한 인플레이션 목표치 2%와는 거리가 있는 수치이다.

또 아베노믹스 시동 이후 일본은 엔화약세 시대를 맞아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엔약세가 기업의 투자심리를 일깨우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실질적인 수출량이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릭 커트는 “미국의 실질 수입량은 2007년이후 15% 증가했지만, 이 기간 일본의 실질적은 수출량은 25% 감소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세 증세정책으로 일본의 2분기 가계소비는 재난수준의 GDP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13일 발표된 일본 2분기 GDP는 연 -6.1% 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세율을 높인 것이 악재로 작용하여 개인소비가 자동차 및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5%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의 현 상황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유사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는 하나의 구성요소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넓은의미의 성장과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개월째 2% 미만에 머물러 낮은 물가 상승률이 일본식 장기불황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되고 있다.

실제 한국의 올해 2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은 1.6%로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인 2.1%는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 평균인 2.0% 보다도 낮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재정과 정책금융 등으로 41조원을 투입하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디플레이션 등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답습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각심을 갖고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정책 이외에도 고령화 대비와 내수 부양을 위해 사적연금 활성화, 가계소득 증대 세제, 규제 개혁, 유망 서비스업 육성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