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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가계부채 축소에 나선 동안 한국의 가계부채는 매년 8% 넘게 꾸준히 늘어온 것이다.
한국과 달리 대다수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지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2008년 말 13조8천억달러인 미국의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매년 0.7% 줄어 지난해 말 13조3천억달러다.
같은 기간 일본도 325조4천억엔에서 311조1천억엔으로 매년 1.1%씩 줄었다.
독일과 영국은 각각 1조5천억유로와 1조4천억파운드에서 1조6천억유로와 1조5천억파운드로 연평균 증가율이 0.5%씩에 불과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회원국 가계부채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8.7%로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칠레(11.9%)등과 함께 OECD 상위권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한 달 만에 은행권에서 3조 8천억원(1.3%) 늘어 급증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의 핵심 규제인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풀고 14일 기준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LTV와 DTI가 합리화되면서 제2금융권 추가 대출이 없어져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규제 완화에 따른 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가계부채의 질을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그리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라면서 "문제는 누가 돈을 빌려갔느냐, 즉 부채의 질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상당수가 생활자금이나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주택구입 목적보다는 기존 대출자가 규제완화에 따른 한도 확대분만큼 추가 대출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한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리테쉬 마헤시와리 전무는 지난 29일 국제금융센터 세미나에서 “한국 가계부채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부채 건전성을 보여주는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63.8%로 독일(93.2%), 프랑스(104.5%), 미국(114.9%), 영국(150.1%)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은 기존 가계대출이 파산과 청산으로 디레버리징됐지만,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늘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