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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최대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당분간 버텨 보겠다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980년대 중반의 실패 경험을 이유로 든다. 사우디는 1980년대 중반 원유가가 배럴당 35달러대에서 10달러대로 추락하자 당시 사우디는 이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일일 생산량을 1000만배럴에서 250만배럴로 줄였다.
하지만 가격을 더 하락했고 사우디는 10여년간 재정적자에 허덕였다.
당시 야세르 엘그룬디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 연구원은 “사우디의 가장 큰 실수는 가격을 올리려고 원유 생산량을 줄였던 것” 이라며 "감산 대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써야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원유가 폭락 국면에서 사우디의 대응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일일 10만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나서 원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원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하락할 때까지 견디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셰일가스를 앞세운 미국과 전통적인 에너지 강국인 러시아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이 사우디에 육박한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세계 경기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사우디가 증산은 물론 주요 시장인 아시아와 유럽지역에 원유 공급가를 넉달 연속 낮춘 것은 이들 비OPEC 산유국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의 방증이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사우디가 감산한다 해도 원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에 더해 사우디는 미국과 정치적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사우디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참여했다. 석유시장을 뒤흔들어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