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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피해 속출…공정위 대책마련 나선다

A(47)씨는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1천달러(약 110만원)에 산악용 자전거를 구입하고는 제품이 도착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열흘 뒤 제품이 도착하자 A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었지만, 내용물은 국내에서 30만∼40만원에 살 수 있는 일반 자전거였다.

A씨는 쇼핑몰 측에 항의하면서 주문한 제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어떤 제품이 배송됐는지 확인이 안 된다'며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B(31·여)씨는 해외쇼핑몰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40만원을 주고 유명 브랜드 가방을 구입했는데, 도착한 가방에 붙은 이 브랜드의 로고가 정품과 달랐다. '짝퉁'이었던 것이다.

B씨가 반품·환불을 요구하자 구매대행 사이트 측은 반품배송비, 관세, 부가세 등의 명목으로 28만원을 달라고 했다.

해외쇼핑몰 이용 열풍이 불면서 이런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19일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상품 등의 이유로 온라인 해외구매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지만 현재는 해외쇼핑몰 업체를 처벌하거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국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려면 국가 간 협력이 필수라고 판단,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해 한국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 실정에 맞으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구제 절차를 제안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그 첫 순서로 다음 달 9∼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산하 상거래위원회(UNCITRAL) 회의에 참석, 해외구매 피해 보상에 관한 국제표준(ODR) 제정 논의에 참여키로 했다.

그에 앞서 공정위는 오는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법원·법무부·미래창조과학부·한국소비자원 등 관계자,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유엔 상거래위원회에 제시할 한국의 입장과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정책위원회(CCP)의 전자상거래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참여해 한국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해외쇼핑몰 구매대행 사이트에 대한 감시와 제재도 강화한다.

구매대행 사이트는 언어상의 문제나 한국과 다른 결제시스템 등의 이유로 해외쇼핑몰을 직접 이용하기를 꺼리는 소비자를 위한 사이트로, 국내 사업자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직접적인 제재가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쇼핑몰 구매대행 사이트를 조사해 7∼8개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했다"며 "조만간 소회의에 상정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해외쇼핑몰 사이트를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할 방침이다.

또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공개하는 부실 해외쇼핑몰 리스트를 언론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