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수출과 투자 부진 등으로 인한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기업들 중심으로 급여 일부 반납 바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회사의 비용을 절감하면서 고통 분담에 나서고 위기 극복에 동참하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임원 1천200여명이 이달부터 급여 20%를 반납한다. 이는 각 계열사 임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현대차그룹은 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적부진으로 어려웠던 2009년과 2016년에도 자발적으로 급여를 10%씩 반납한 바 있다.
현대차가 이같은 결정을 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출길이 막힌 영향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4월 수출 전망을 보면 현대차는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 5개국과 인도, 멕시코의 모든 영업점이 문을 닫았으며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에서 영업 중인 곳은 절반이 안된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4월 수출 예상 차량 대수는 5만5천대로 지난해 같은 시기 9만368대보다 39.1% 감소한 수치로 전망했다.
롯데지주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나머지 임원 28명과 사외이사 5명도 이달부터 6월까지 급여 일부 반납에 나선다. 신 회장은 50%를 반납하며 나머지 임원들은 20%를 반납한다. 롯데쇼핑 임원들도 같은 기간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반납하였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운영하는 리조트들의 가동률이 10%까지 떨어지는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손해보험 임원들도 이달부터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경우도 선제 비상경영의 필요성을 느낀 일부 임원들이 반납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자율적으로 반납 의사를 밝히다 보니 비율이나 기간도 상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임원진은 월 급여의 30∼50%를 회사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반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항공편이 대폭 감소되자 전 직원의 70% 이상이 6개월간 순환휴직에 들어간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절반의 인력으로만 운영하는 자구책을 실시 중인 가운데 조종사의 임금 50% 삭감을 확정했다. 임원은 급여 10%를 추가 반납해 총 60%를 반납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방안으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비롯해 모든 계열사 임원들의 급여 20%를 반납한다. 특히 두산중공업에서는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을 포함해 부사장 이상은 50%를 반납하며, 전무는 40%, 상무는 30%의 급여를 반납한다.
금호타이어도 완성차업체들이 생산 감축에 들어가자 이달부터 7월까지 전대진 대표이사 30%, 기타임원 20%의 급여를 반납한다.
패션업체 LF 임원진도 급여의 30%를 반납하고 대유위니아 임원들은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4일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한다.
금융권에서도 급여 일부 반납 움직임이 나타났다.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은 임준택 수협 회장과 홍진근 지도경제사업대표이사,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이달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월 급여의 30%를 반납한다. 다른 상임 임원과 집행 간부 등은 같은 기간 월 급여의 20%를 반납한다.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은 4월부터 7월까지 월 급여의 40%, 계열사(증권·생명·캐피탈·자산운용) CEO는 30%,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임원은 20%를 반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