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기업 회사채 발행 규모가 2조7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회사채 금리가 상승해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상환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작은 '순상환'을 기록했다.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차를 보여주는 스프레드는 10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도 매입하기로 함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 제외 회사채 발행액은 2조6천9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1% 줄었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도 32.3% 감소한 것이다.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1월 6조8천억 원 수준에서 2월 12조3천억 원으로 급증했다가 3월 5조1천억 원으로 다시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월에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우려가 커지며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회사채 상환액은 3조9천338억 원으로 발행액을 1조2천억 원 넘게 웃돌았다.
이로써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작은 순상환을 보였다. 회사채 만기 상환액이 새로 발행된 금액보다 큰 것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에 나서기보다 부채를 갚는데 더 신경 썼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월 회사채 발행액은 상환액보다 6조 원 넘게 많았다가 3월에는 격차가 6천400억 원 수준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서는 역전된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고 상환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고조되며 신용경색이 심화해 회사채 발행 환경이 그만큼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가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마치 문제가 있는 회사로 오해받을 수 있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전날 기업의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1.157%포인트(p)로 2009년 9월 18일(1.160%p)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것은 국고채 대비 회사채의 위험성이 높아져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어 우량 회사채조차 투자 수요를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한국은행이 이달 들어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에 최대 10조원을 대출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를 신설했지만, 회사채 금리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 상승 중이다.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2월 말 1.707%에서 3월 말 2.077%로 상승한 데 이어 전날 2.188%까지 올랐고 BBB- 등급 금리는 2월 말 7.842%에서 3월 말 8.285%로 상승한 데 이어 전날 8.412%로 올랐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회사채 스프레드가 추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회사채 시장의 강세 요인은 아니다"며 "비은행기관이 회사채 비중을 확대한 요인은 아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