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터키 가전업체 아르첼릭(Arçelik A.S)간 특허 소송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허 소송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두 업체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29일 LG전자는 아르첼릭의 자회사인 베코(Beko)를 상대로 세탁기에 사용하는 스팀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특허침해금지소송을 독일 만하임(Mannheim)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LG전자가 보유한 스팀 기술 중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에 관한 것이다. 이 기술은 열에 민감한 소재를 세탁하는 특정코스에서 스팀 기능을 선택하더라도 스팀이 동작하지 않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세탁기의 동작을 제어하며 옷감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9월 터키 코치그룹(Koc Group)의 계열사인 베코, 아르첼릭, 그룬디히(Grundig) 등 3개 회사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먼저 포문 연 LG전자, 2018년 베코에 경고장
LG전자는 이들이 유럽에서 판매중인 양문형 냉장고가 자사의 양문형 냉장고에 채택한 독자 기술인 '도어(Door) 제빙' 특허를 침해했다며 2018년 베코에 경고장을 보냈다. 이후에는 베코의 모회사이자 코치그룹 내 가전사업을 대표하는 아르첼릭과 수차례 특허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LG전자는 2019년 9월24일 독일 뮌헨지방법원에 코치그룹 3개사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경쟁사가 부당하게 특허를 사용하는 것에 엄정 대처하고자 했다.
냉장고 도어 제빙 기술은 냉동실 내부에 위치하던 제빙기, 얼음을 저장하는 통, 얼음을 옮기는 모터 등 제빙 관련 부품을 모두 냉동실 도어에 배치할 수 있게 한다.
LG전자는 냉장고 도어 제빙 기술 관련 글로벌 기준 등록특허 40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특허와 관련, LG전자는 코치그룹을 상대로 한 소송 3개월 전에 GE어플라이언스(GE Appliances)가 자사의 특허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베코와 아르첼릭, 그룬디히 등이 GE처럼 LG전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상, 이 소송에서는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세탁기 특허로 반격 나선 아르첼릭
이후 아르첼릭은 LG전자 및 독일과 프랑스의 LG전자 자회사들을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올해 지난 2월13일, 아르첼릭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LG전자 '6모션' 세탁기가 자사의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기술을 허가 없이 무단사용했다고 밝혔다.
다이렉트 드라이브는 드럼의 반 바퀴 크래들 회전을 가능하게 해 옷감 손상을 현저히 줄여주는 기술로 1997년 출원됐다. 아르첼릭 측은 자사가 이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관련 특허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6모션은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흔들기, 꼭꼭 짜기, 풀어주기 등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기술이다. 드럼의 반 바퀴 크래들 회전을 가능하게 해 옷감 손상을 현저히 줄여주는 DD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르첼릭이 제기한 특허는 세탁방법에 관한 것으로 2017년 말에 만료된 것이며, LG전자가 지난해 9월 제기한 소송에 대한 '맞소송'으로 불리한 국면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르첼릭이 국면 전환 혹은 타개를 위해 만료된 특허를 가지고 LG전자에 역소송을 거는 '무리수'를 둔 것인지는 의문이다. LG전자가 세탁기용 인버터 DD 모터를 처음으로 생산한 때는 1998년이기 때문이다.
해당 특허 기술을 종속 기간 만료 이후에 사용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특허침해가 의심되는 때가 종속 기간 만료 전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