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시안반도체 사업장은 지난 2014년 낸드 플래시(NAND Flash) 전용 라인으로 지어진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설 연휴 시안 공장을 방문해 중국 반도체 사업 현황을 점검했던바 있다.
◆ 지금 반도체 업계에서 무슨 일이
업계에서는 현재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상무부는 지난주말 중국 화웨이(HUAWEI)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파운드리(Foundry, 위탁생산)로 칩을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타사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도 승인을 거쳐서 가능하게 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경우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발표 몇 시간 전에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약 14조802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화웨이를 꼬투리로 TSMC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고, 화웨이에 적극 협조한 대가로 TSMC는 어쩔 수 없이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화웨이라는 반도체 큰 손이 위기에 몰렸고, 반도체 밸류체인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의 강력한 중국 반도체 태클 걸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더 커 보인다"고도 했다.
◆ 하반기 낸드 업황 둔화? 견조?
최근 반도체업종의 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서는 하반기 낸드 업황에 대한 시각을 보수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낸드 가격 하락 가능성을 수 차례 시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18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 낸드 스팟 시장은 구매 문의 감소로 인해 스팟 시장의 거래 가격이 안정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주 후반 들어 소규모의 제품 문의가 발생하며 거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번 주 낸드 스팟 시장은 거래량 침체와 제품 가격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 낸드 업황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벌써부터 염려할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스토리지(HDD&SSD) 공급사 웨스턴 디지털(WDC)의 1분기 매출은 42억달러(약 5조1765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다"며 "한국 투자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낸드 플래시 시황이 견조하다는 점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생산라인의 가동률 하향 조정에 따른 고정비와 물류 제한에 따른 이송 비용(higher logistics costs) 등 코로나19 관련 비용이 1300만달러(약 160억2900만원) 발생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