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백신 생산 증가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업계는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타이 USTR 대표 "합의까지 시간 걸릴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부족한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확대를 위한 길이 열리게 됐으나 관련 협상의 합의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결정은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USTR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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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제조를 확대하고 원료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행정부는 지식재산 보호를 강력히 믿는다"며 "하지만, 이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보호 면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지재권 면제 협상과 관련, WTO 규정에 따른 보호를 포기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합의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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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지재권 면제 지지에 국내 백신 업계는 "상황 지켜봐야"
국내 백신 업계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우선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 면제가 언제 시행될지, 특허에 대한 보호를 일시 유예한다면 그 기간은 얼마나 될지 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사가 미국 정부의 이런 방침에 동의할지, 동의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특허 내용을 공개할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지재권 면제'가 곧 '기술이전'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의 특허 등 지재권을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건 쉽게 말해 다른 제약사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한 제약사가 특허권 행사를 포기한다고 해서 이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과 설비 노하우를 경쟁사에 모두 공개하거나 알려주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특허를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곧 다른 제약사에 대한 기술 이전을 뜻하지 않지 않느냐"며 "지재권을 면제해준다고 해도 같은 백신을 단기간에 생산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백신 지재권 면제가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으로 개발된 제품이어서 관련 기술과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mRNA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백신은 코로나19 백신이 유일하며, 국내에서는 mRNA 백신을 개발하거나 생산해온 기업이 없다.
더욱이 지재권 면제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에서 mRNA 백신 개발과 생산설비를 준비하더라도 기대했던 만큼의 효용을 내지 못할 수 있다.
만약 mRNA 백신 개발과 생산을 준비하고 완료한 시점에 지재권 면제 기간이 종료되면 그동안의 개발이 수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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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항원 방식인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은 지재권이 면제되면 국내에서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때는 '경제적 득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합성항원 방식의 백신은 개발과 생산에 성공한 기업이 다수이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생산에 뛰어들 수도 있어서다. 의약품의 특허가 풀려 복제약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 개별 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므로 기업에서는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백신 제약 업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최초로 mRNA 기술을 이용한 백신을 개발해 낸 모더나와 화이자 등은 “특허를 포기하면 신기술을 중국과 러시아에 넘겨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미국 정부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