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및 기타 14개국 정상은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에서 공급망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1일 (현지 시각) 미국 화주(American Shipper)는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신발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글로벌 상거래 라인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팬데믹은 우리가 직면한 마지막 글로벌 보건 위기가 아니다. 기후 변화, 자연재해, 계획된 공격 등에 대해 회복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연말연시 쇼핑 시즌에 선박이 항만에 하역하지 못해 일어난 상품 배송 지연 사태는 자유 시장이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신호라고 판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공급망 대부분은 민간 부문에서 소유하고 운영된다. 정부가 공급망 위험을 식별하고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부문과 협력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은 물류대란이 내년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국방 비축분 접근권을 간소화해 더욱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한 조치는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국방부가 다른 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지만, 자국민을 향해 대응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부 항만노조 지도자는 물론 월마트, 페덱스 등 미 유통·물류업체 대표들과 대책 회의를 한 것도 물류 난 해소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외국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임 정부 때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독불장군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서는 이번 공급망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그런 모토를 실행에 옮김으로써 동맹을 강화하고 위기 해소를 주도하는 '해결사'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이날 회의에는 유럽연합(EU)은 물론 단일 국가로는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과 독일, 호주, 인도,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 14개국이 참석했다.
참가국들은 대부분 미국의 전통적 동맹으로 14개국 중 12개국에서 정상이 자리했다.
동맹 규합을 통한 중국 견제로 읽히기에 충분한 구성이었다. 게다가 참석국 중에는 아프리카연합 의장국인 콩고의 정상도 포함됐다.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 부국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발언에서 중국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고, 우리의 기후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은 신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강제 노동 등 인권 문제를 지속해서 문제 삼으면서 중국과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대만 방어' 발언으로 중국을 크게 자극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 레퍼토리인 강제 노동을 비롯한 인권 문제를 공급망 차질과 연관 지어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선 셈이다.
또 "하나의 소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공급망은 다각적이어야 한다"라고 한 발언 역시 현 국면에서는 중국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자국 생산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국내외 기업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면서 공급망 시스템 구축에 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급난은)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관련국간 조정과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