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 제재로 역대 최악 수준의 석유 공급 쇼크가 올 수 있으며 러시아 원유 공급 감소분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럽연합(EU)에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은 이날 오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증산을 요구하는 EU 측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현재 세계 원유시장의 위기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추가 증산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자발적인 보이콧 등으로 하루 700만배럴이 넘는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요 전망을 고려하면 OPEC이 이런 규모의 공급손실을 대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원유 시장에 사상 최악의 공급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시장이 수급이 아니라 정치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만큼 OPEC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카드리 심슨 에너지 정책 담당 EU 집행위원은 OPEC이 국제 원유시장을 안정시킬 의무가 있다며 증산 확대에 나설 것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EU는 지난주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결정한 데 이어 원유에 대한 제재도 고려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회원국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는 자국 의존도가 높지 않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금수조치를 이미 취했다.
앞서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지난달 말 정례회의에서 기존 방침보다 소폭 상향된 하루 43만2천배럴을 5월에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OPEC+는 지난해 7월 회의에서 2020년 합의됐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매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당시 전체 감산 규모는 하루 580만배럴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