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500대 국내 기업의 지형도가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들이 선전한 가운데 배터리·케이팝(K-POP)·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순위 상승과 신규 진입이 두드러졌다.
특히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큰 폭으로 늘면서 연 매출 1조원을 넘기고도 500대 순위에 들지 못한 기업도 50곳이 넘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재무 정보를 공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선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279조6048억원)와 현대자동차(117조6106억원)가 1위와 2위를 유지했고, 포스코홀딩스(옛 포스코)가 76조3323억원으로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4∼6위는 LG전자, 기아, 한국전력 순으로 모두 작년보다 각각 한 계단씩 떨어졌고, 7위는 한화로 작년과 동일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4차산업의 핵심 분야를 다루는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8위는 SK하이닉스, 9위는 LG화학으로 각각 4계단, 6계단씩 상승했다.
50위권 안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44위를 기록하며 전년(343위)보다 299위나 순위가 급등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파우치·원통형 배터리 출하 물량 등이 증가한 덕분이다.
카메라 모듈업체 LG이노텍의 순위는 48위로 전년 68위에서 20계단 상승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3조7046억원·168위)와 글로벌 보이그룹 BTS 소속사 하이브(1조2559억원·447위) 등 39개 기업은 500대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두산 등 39곳은 500대 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두산은 지주사전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은 합병소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여행객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 등으로 제외됐다.
국내 정유사들은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GS칼텍스는 12위로 전년보다 13계단 상승했고 에쓰오일은 21위로 20계단, SK에너지 24위로 7계단, 현대오일뱅크는 37위로 14계단 각각 올랐다. 고유가로 판매 단가가 올라간 데다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석유제품 판매량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충격에 빠졌던 정유업체 등이 회복세를 보이는 동시에 국내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00위였던 남양유업의 매출은 9489억원이었으나, 올해 500위에 오른 유니드의 매출은 1조973억원이었다.
500대 기업의 매출 하한선이 지난해와 비교해 1484억원(15.6%) 높아짐에 따라 IBK투자증권·현대글로벌서비스·LG헬로비전 등 52개 기업은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도 500대 기업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