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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로 버티는 한국전력, 원가주의 내세워 전기료 현실화할까?

이창영 "원가주의는 중장기적 추진 방향"
인수위, 원가주의 원칙 확립 필요성 제시
한전의 채권 발행 이미 작년 규모 육박
실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은 예단 어렵지만, 인상 요인은 충분

한국전력이 9일 포털 사이트 주식 검색에서 상위권에 오른 가운데 원가주의에 내세운 전기료 현실화 가능성 영향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0일 취임하는 가운데 한전의 전기세 인상 여부는 뜨거운 감자였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28일 에너지정책 정상화 5대 중점과제를 발표하며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 필요성을 제시했다.

원가주의 발언은 9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의 연료가율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그 부분이 한국전력의 원가 인상 요인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기본적인 원칙은 원가를 반영하는, 시장 원리를 반영하는 그런 가격 결정 방향이 맞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전기요금 같은 것은 계속 원가를 반영하지 않고 눌러놓으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라며 전기요금 원가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산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국회 2022.05.09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공]<무단 전재 및 DB 금지>

증권가도 원가주의에 주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커졌고 한국전력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산 발전용 유연탄은 4월 평균 291.9달러/톤으로 전년 대비 279.8% 상승했으며 발전용 천연가스는 4월 1,236.15원/Nm3으로 전년 대비 189.1% 상승했다.

◆ 요금 인상 요인 현재 요금 대비 50% 이상

실제로 증권가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져올 요금 인상 요인을 현재 요금 수준 대비 50% 이상까지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유재선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주요 원자재 및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요인을 요금으로 전가하지 못하고 자본으로 흡수하고 있다"며 "비용 증분을 자기자본으로 흡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현재 연료비 단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자본잠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선 연구원이 전망한 한국전력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15.8조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NH투자증권 이민재 연구원은 "2022년 대규모 영업적자 원인은 2021년보다 80% 이상 상승한 석탄과 가스 발전단가 때문"이라며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등 대외 변수 때문에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단기간에 하락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한전 채권 발행, 이미 작년 수준 넘어

한국전력은 올해 현재까지 이미 작년 수준(10.4조 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 4일 기준 한국전력은 올해 들어 9.7조 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한전채는 원래부터 발행액이 많기로 유명했지만, 올해 들어 전체 채권 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4월 5%를 넘었다.

한전 채권이 시장에서 환영받는 존재도 아니다. 한전채는 물량 부담으로 발행 만기가 단기화되고 있는데 작년 2조8,700억 원이던 3년 이하 단기채는 올해 5조5,000원까지 늘었다.

채권 금리도 5년물에서 4%에 육박하는 3.77%까지 올랐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은 "현 에너지 가격 수준으로 미루어볼 때 연간 2~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잉여금 훼손 상황은 재무적으로도 방치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 보고서 회사채 하나금투 2022.05.04
[사진=하나금융투자 보고서 캡처]
한국전력 보고서 회사채 하나금투 2022.05.04
[사진=하나금융투자 보고서 캡처]

◆ 전기요금을 두고 나오는 전망

그렇다면 전기세 인상이 현실화할지를 두고 증권가에선 의견이 갈린다.

인수위는 "전기가격 결정에 대한 잘못된 정책 관행을 놔두면 적자 문제가 확대될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문제는 물가다. 인수위 관계자도 전기요금의 급격한 오름세는 물가 인상 압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업도 생산 원가를 올릴 수밖에 없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현실상 악재일 수 있다.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국전력공사 한전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 제공

인수위는 구체적인 전기요금 제도 개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충분한 전기세 인상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KB증권 정혜정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에 있어서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되는 물가가 여전히 주된 고려사항이 되고 있고, 구체적인 원가 전가 방식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단기간 내에 전기요금 인상이 충분히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봤다.

김상만 연구원은 전기요금 현실화와 함께 국채 발행을 통한 보조금 지급 방법을 제시한다. 전력과금문제가 에너지 수급 계획과 현 정부도 이어가는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고 에너지 비용 부담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배분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김상만 연구원은 "정책당국은 조만간 한국전력에 대한 백업에 어떤 형식이든지 들어가는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지금 싸게 쓰고 있는 전기료에 대한 지불청구서는 언젠가는 돌고 돌아 징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20% 가까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유연탄 130$/t, 천연가스 4$/mmbtu, 유가 90$/배럴로 가정할 때 19.1%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나민식 연구원은 "과거 전기요금 인상 시 약 5%씩 올렸기 때문에 4번의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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