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8일로 이틀째를 맞은 가운데 전국의 시멘트 출하 중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일부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시멘트 업계와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전날부터 이틀째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화물연대가 전날 시멘트 생산공장 정문과 후문을 사실상 봉쇄했던 단양, 제천, 영월, 옥계(강릉) 지역의 시멘트 공장은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또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물리적 봉쇄가 없었던 삼척·동해 등 해안사 공장 역시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까지 화물연대의 방해 행위가 부담돼 운송을 포기하면서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멘트협회는 전날 시멘트 출하량이 1만5500t(톤)으로 평소(일평균 18만t) 대비 10% 이하로 감소한 가운데 시멘트 업계의 하루 매출 손실액이 153억원(t당 9만3천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협회 측은 "화물연대 파업이 지속될 경우 1주일 뒤면 피해 규모가 1천억원을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해는 레미콘사들로 확산하고 있다.
건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일부 레미콘 공장들이 시멘트 재고를 거의 소진하면서 이날부터 생산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유진기업·삼표·아주산업 등 규모가 큰 레미콘사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멘트 공급 부족이 지속돼온 데다 시멘트 특성상 저장소(사일로·silo)에 채워 넣을 수 있는 물량도 하루 이틀치 밖에 안돼 오늘부터 일부 생산 차질이 생기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며 "내일부터는 전체의 3분의 1에서 최대 절반 정도의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조웅 전국레미콘연합회 회장은 "오늘부터 출하량을 조금씩 줄이더라도 내일부터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곳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멘트 업계는 가뜩이나 시멘트 공급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파업이 지속될 경우 10일 이후부터는 생산 중단 사태까지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분이 닿으면 굳어버리는 시멘트의 특성상 야적이 불가능해 반드시 전용 사일로에 보관해야 하는데 사일로 용량의 한계로 3∼4일 이상 출하를 하지 못하면 생산을 해도 보관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한 번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멈추면 최소 4∼5일, 길면 1주일간 재가동을 못 한다"며 "최근 수요 급증으로 시멘트 수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생산이 중단될 경우 시멘트 수급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금 당장 레미콘 등 자재 수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9일부터 일부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는 레미콘 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주부터는 공사가 중단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시멘트 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는 물론 레미콘 업계,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까지 생업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각종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조속히 파업이 종료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