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준비하던 현대오일뱅크가 21일 상장 계획 철회를 밝혔다. 제대로된 기업가치 인정이 어려운 시장상황이라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HD현대(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현대오일뱅크의 21일 공시에 따르면 회사 이사회는 전날 최근 주식시장 상황과 동종사의 주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공개를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해 12월 한국거래소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6월에는 상장예비심사 승인를 받았다.
현대오일뱅크가 호실적에도 상장을 철회한 데에는 현대오일뱅크 모기업 HD현대의 기업가치 관점이 작용했다고 본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IPO 철회는 그룹의 기업가치 관점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급 정제마진 초호황 구간에서 최근 정유업체 주가가 피크아웃 우려로 조정받았고 이에 따라 동사의 공모희망가격도 하락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이익 창출능력이 급증하여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은 본업에서 확보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할인된 가격으로 상장하는게 모회사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9년에도 상장을 준비하다 철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이번이 세 번째 철회"라며 "단기/중기적으로 IPO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와 에쓰오일(S-oil)가 수혜주로 주목받는다.
모회사인 HD현대는 자회사 상장철회에 따른 NAV(순자산가치) 할인 우려가 불식되어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쓰오일도 금번 상장 철회로 중기적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처럼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대기업으로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쉘더스가 있다.
당시 이들 기업들도 기업가치 평가 등을 언급하며 상장철회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에 나선 비공개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호전돼 최고의 몸값을 받기를 원하지만, 목표와 시장 평가 가격 간 괴리가 크면 투자 차익을 거두기 어려워져 상장 시기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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