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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유치 어려운 한계에도 태백시는 도전중

강원도의 탄광도시 태백시는 위기다. 지난 9월 16일 태백시의회 제264회 정례회 개회사에는 "태백시는 인구 4만 명 붕괴와 2024년 장성광업소 폐광이라는 시 개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고재창 의장의 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일각에선 인구 3만명 붕괴 가능성도 꺼낸다.

1989년 탄광 구조조정인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매년 감소해온 태백시 인구는 지난 8월 12일 4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2015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섰다.

태백시 8월 인구
[사진=태백시청 제공]

태백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고령자의 사망과 청년층 전출로 인한 출산율 저하,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등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의 폐업과 일자리부족 현상 등으로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폐광지역 조기폐광 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중앙부처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대체산업을 인구 4만도 안되는 태백시 지방 정부에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태백시의 현실을 호소했다.

태백지역의 마지막 탄광인 장성광업소는 2024년 폐광 예정이다. 이상호 시장이 이렇게까지 호소한 데에는 장성광업소가 태백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2021년 태백시의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지정 사전분석용역 최종 보고서를 보면 장성광업소 폐광 시 지역경제 피해 규모는 2천359억 원이다. 이는 2016년 태백시 지역내총생산(GRDP) 9천725억 원의 24.5%에 해당한다.

직원 772명(협력업체 포함)을 기준으로 추산한 장성광업소 관련 직접 인구만 6월 말 기준 태백시 총인구 4만85명의 3.7%에 해당하는 1천500명에 달한다.

대한석탄공사의 부채는 매년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데다 생산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매장량 고갈로 석탄을 캐고 싶어도 캘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사회는 폐광의 문제가 아닌 시기의 문제로 보고 있다. 태백시가 대체산업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태백은 육지의 섬이라는 한계도 갖고 있다. "서울 청량리에서 강원 태백시까지 기차로 4시간이 걸린다. (태백에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를 타려면 1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는 이 시장의 말이 이를 나타낸다.

태백시와 삼척시, 정선군, 영월군의 시장, 군수들은 8월 태백선·영동선 준고속철도(EMU-150) 조기 도입을 위한 공동 건의문을 채택한데에는 접근성의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탄광지역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도 열악한 접근성으로 강원도 내에서도 발전이 더디다"며 "태백선·영동선 준고속철도 조기 도입은 새로운 경제 활성화 방안이자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과 살기 좋은 지방시대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이상호 태백시장
[사진=강원도청 제공]

■ 태백을 위한 대안들.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난 9월 29일 정책간담회에서 천연가스(LNG) 발전소 유치, 티타늄 광산개발, 자원순환 산업 육성, 광해복구사업, 장성광업소 재산 활용방안 등 폐광 이후 대체산업 육성 및 지역 활성화 방안, 지역 산업전화을 위한 신산업 인프라 구축·육성 전략 수립 방안, 폐광 축경 최소화 및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산업위기 대응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지난 5일 국회 정책간담회에서도 이 시장은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합병으로 인한 잉여인력과 대한석탄공사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신사업발굴단 태백 유치와 수십 년간 산림청 땅에 방치되고 있는 한보 1․2 단지에 500억 원 규모의 연수원 설립해줄것을 요청했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역의 존폐가 달리 폐광이 정부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며 "그 어느 때보다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시에서도 폐광 대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진태 도시자에게는 매봉산 산악관광 조성사업 2단계 사업 조속 추진, 폐광 대비 산업위기 대응 협력 추진, 고속 교통망 확충,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 이전 지원 등을 요청했다.

지난 9월 14일 태백시에서 간담회를 가진 김진태 도지사는 강원도와 태백시의 중점 협력사업으로 매봉산 산악관광 조성과 태백 휴(休) 전지훈련센터 조성사업을 선정했다.

김진태 도지사가 내놓은 대안은 관광도시다. 그는 "태백도 관광도시가 되어야 한다. 충남 보령 같은 경우에도 대천해수욕장, 머드 축제 등 새로운 관광지로 위기 타개해 나가고 있다"며 "매봉산 산악관광 사업과 스포츠 전지훈련 추진 등으로 새로운 대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백시 정선군 삼척시 영월군
[사진=정선군청 제공]

■ 현재 진행형인 태백의 일자리, 경제활성화 사업들

이런 가운데 태백시는 대규모투자사업을 확정했다.

인구소멸대응기금 220억 원으로 추진하는 복합힐링센터 조성과 청정스포츠센터 건립, 공공산후조리원 신축은 2023년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고터실산업단지에는 총 3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이곳은 태백시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곳이다.

이들 공사로 230여 명의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력 기대감이 나온다.

교도소도 유치했다. 법무부는 과밀수용 해소를 위해 교도소와 구치소 13곳을 신축 및 이전하는데 그중 하나가 태백교도소 신설이다. 태백교도소는 수용자 1천500여 명, 부지면적 44만1천여㎡, 건축 총넓이 5만9천650㎡로 새로 조성되는 교정시설 중 최대 규모다. 부지가 확정된 가운데 2025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0여 명의 직원과 부양가족을 포함하여 1,500여 명이 넘는 인구 유입 요인이 기대된다.

태백선수촌 다목적 체육관은 2023년 타당성조사 용역비 3억 원을 확보하여 사업 추진 계획이 있다. 체육관은 선수 160명 수용, 관리직원 30여명 규모다.

■ 개선은 언제 나타날까.

태백시는 이들 경제효과로는 3,900억 원, 인구유입효과 2,000여 명 이상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태백시의 일자리 지표는 밝지 않다. 태백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총 구인 수는 142명으로 전년 동기 182명에 비해 22.0% 감소했다. 구직희망자 수 883명과 비교해보면 구직대비 구인자 비율은 6.2:1이다.

여기에 관광도시 태백으로의 도약을 위해선 실내 관광 콘텐츠 확충과 실외 관광지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태백산 눈 축제 등 지역 축제 개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백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캠핑장, 태백시에서 추진 중인 매봉산 바람의 언덕 관광지 등 실외 관광지 개발과 통리 탄탄파크, 구문소 관광단지 등 실외 관광지를 적극 개선·활용 하고 실내 언택트 관광 등 새로운 컨텐츠 개발과 함께 위드 코로나에 맞추어 각종 축제, 행사 재개를 대비해 체류형 관광을 미리 준비한다면 침체된 지역경기를 활성화하고, 상권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태백시 철암단풍
10일 강원도 태백시 철암단풍군락지의 단풍 풍경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