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회사인 푸르밀, 적자 상황 인지 어려워
어려워도 인력 늘렸지만 결국 돌연 정리 해고 통보
비피더스, 검은콩 우유, 바나나킥 우유로 유명한 푸르밀이 누적된 적자로 인해 이달 사업을 중료한다. 한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력을 늘렸지만 결국 전원 해고라는 카드를 꺼낸 상황을 겪게됐다.
푸르밀은 17일 사내 이메일로 전직원 약 400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푸르밀은 오는 30일 사업을 종료한다.
신동환 대표이사는 공고를 통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감소와 적자가 누적되어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고 적자가 누적됐으나, 이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푸르밀의 영업 손실액은 2020년 113억원에서 지난해 124억원으로 커졌다. 기업평가 업계에서는 올해도 적자일수 있다고 지적한다.
푸르밀의 영업 종료 소식을 두고 놀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기업평가업계 관계자는 "비상장회사라 적자였던 상황을 몰랐다 보니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며 "회사 입장에선 여러 노력을 했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사업을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24조 3항은 50일 전까지 해고통보를 하여야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정리 해고 통보가 들어갔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을 모태로 푸르밀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하면서 현재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동환 대표이사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으로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 경영을 이끌어 왔다.
푸르밀은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LG생활건강은 사업 다각화와 주류를 제외한 모든 음료 라인을 갖출수 있는 기회임에도 지난달 5일 "푸르밀 인수는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동환 대표는 지난 취임 이후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2019년 50명을 신규 채용해 인력규모를 10% 늘리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후 찾아온 코로나19 상황에 매출이 감소했고 이를 해소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리해고 통보와 사업 정리로 이어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한 푸르밀 직원의 글이 큰 공감을 받고 있다.
푸르밀에서 관리자로 있다는 그는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며 자사 제품을 사랑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이 글은 1천개가 넘는 좋아요와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