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우리가 오후 3시40분께 전화해 파악했다" 주장
SK(주) C&C, "3시23분에 직접 가서 화재 알려"...통화내역 공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주) C&C(이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카카오와 SK C&C측의 진실 공방으로 번져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카카오와 SK C&C에서 각각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판교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 전기실 배터리에서 불이 난 것은 오후 3시 19분이다.
3시 22분 소화 설비가 작동했고 카카오는 5분 뒤인 3시 27분 인프라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김 의원 자료에 나온다.
이후 SK C&C는 매뉴얼에 따라 비상 연락망을 통한 화재 발생 상황을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둔 고객사들에 공유했다. 동시에 소방 당국에 화재를 신고하는 한편 데이터센터 내 근무 인원 대피를 확인했다.
SK C&C는 3시 33분에 카카오 측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고, 초기 진화 중이며 소방 당국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로부터 30분 뒤인 4시 3분에야 SK C&C에 먼저 유선으로 연락하는 과정에서 화재 발생을 인지했다고 반박한다. 카카오는 이후 시간을 재확인 해 3시 40분에 유선 연락해 관련 상황을 인식했다고 정정했다.
그리고 4시 13분, 카카오는 이중화된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 복구 처리 작업을 개시한다. 4시 53분에는 SK C&C로부터 살수를 위한 전원 차단 통보를 받은 뒤 5시 2분에 이중화된 데이터센터를 통한 트래픽 분산 처리 작업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의 전국적 서비스 장애가 수일간 지속됐다.
카카오는 만일 초기에 화재 발생 상황이 빠르게 공유됐다면 추가 피해 방지와 복구 작업이 더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SK C&C는 불이 발생한 3시 19분에 이미 데이터센터 내 화재 경보가 울렸다면서, 당시 이 건물에서 근무하던 일부 카카오 관계자들은 화재 발생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SK C&C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화내역을 공개하며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에 카카오에 화재를 알렸다고 밝혔다.
SK C&C 관계자는 "15일 15시 19분 화재 발생 후 4분만인 15시 23분에 판교 데이터센터 현장에 있는 카카오를 포함한 고객사 직원들에게 화재를 알리며 대피시켰습니다"며 "여기에는 카카오와 그 계열사들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SK C&C는 "주요 통화내용은 전화 앱 자동녹음 기능에 따라 파일이 남아 있다"며 "소모적인 논쟁이 그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에는 카카오의 장애가 빚은 잇단 손해들이 SK C&C에도 청구할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서비스로 생업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단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로부터 날아드는 손해배상과 구상금 청구 소송 등을 해결해야 한다. 카카오는 자체 재원으로 이용자들에게 보상한 뒤, 자사 서버를 둘 공간을 빌린 SK C&C에 화재 책임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피해 보상 문제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측은 이번 고발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돼 어떤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사당국은 이번 화재 사건을 두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판교캠퍼스 사무실 등 2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화재 발생 전 서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바 있는지 등을 주로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와 관련해 배터리 점검 내역과 화재, 안전관리 실태 자료로 압수할 방침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SK 판교 데이터센터의 관계자가 업무상 실화 혐의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형사법상 기본적으로 처벌 대상은 고의범이며, 과실범은 과실치상·치사 등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고발된 혐의인 업무방해는 고의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