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90% 초과 대출자 120만명
정기예금 56조2천억원 급증
한투증권 "11월 기준금리 0.25%p 인상 가능성"
금리 급등으로 고금리에 허덕이는 대출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기예금에 몰린 자금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수치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평균 금리(3.96%)에 3%포인트가 상승했을 경우 대출자들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이 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90% 초과 대출자는 120만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90% 초과 대출자는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세금만 내도 원리금을 못 갚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의 부채는 지난 3월 말 253조9천억원에서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일 경우 335조7천억원으로 81조8천억원이나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이 되면 DSR 90% 초과 차주 비중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직업별로는 자영업자, 채무 구조별로는 다중 채무자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이 될 경우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빼면 대출 원리금도 못 갚는 대출자가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7% 수준으로 오르면 DSR이 70%를 초과하는 대출자가 지난 3월 말 140만명에서 190만명으로 늘게 되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도 오른 만큼 예금금리도 오르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규모는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이 56조2천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44조2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가계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황영웅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기예금 증가에 대해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0.25% 인상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이같은 추세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전문위원은 내년 채권시장을 전망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리 인상 사이클은 이달 25bp(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내년 1분기 25bp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 연 3.5%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지만,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폭으로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은 이미 생겼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5.7%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근원 물가는 2개월 연속 상승세가 확대됐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함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한국은행의 연속 50bp 인상 명분 강화 재료"라며 "한국은행의 11월 추가 'Big Step'을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