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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젋은 임원진 채우며 영구적 위기까지 대비

롯데그룹, 예년보다 늦은 정기 임원인사 단행
신동빈 회장 아들 신유열, 상무보>상무로 승진
"새로운 롯데 위한 변화와 혁신, 미래경쟁력 강조"

롯데그룹이 15일 예년 보다 늦어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젊은 리더십과 외부 전문가로 경영진을 꾸렸다. 롯데그룹 측은 젊은 리더십 전면화, 내부 전문가 전략적 재배치로 혁신을 가속화했다며 영구적 위기까지 대비한 인사라고 언급했다.

롯데의 35개 계열사는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그룹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롯데 CEO 평균 연령은 지난 해보다 1살 젋어진 57세를, 사장 직급은 3세 젋어졌다.

우선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50대 사장 반열에 올랐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이다. 특히 78년생 이후 40대 초반(45세 이하) 신임 임원이 4명을 기록했다.

롯데월드타워 잠실 롯데그룹 본사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물산 제공]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부회장, 롯데렌탈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 롯데건설 대표이사 하석주 사장은 약 35년 이상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나며 용퇴의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전문가 기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검증된 내외부 전문가를 적극 기용하는 한편 그룹 모기업인 롯데제과의 대표이사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강력한 혁신 의지를 반영했다.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과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를 롯데제과와 롯데멤버스의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롯데는 롯데렌탈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전략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추진하는 한편 내년에도 외부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전문가들을 전략적으로 재배치 한다.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각각 김주남 전무(전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 김재겸 전무(전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가 이런 사례로 내정됐다.

최고경영자도 전문성과 역량이 검증되면 재배치를 시켰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기존 롯데그룹 호텔군 안세진 총괄대표는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전격 이동했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여성 임원도 확대됐다. 롯데그룹 여성임원은 지난해 대비 12명 늘어난 47명으로 전체 임원 중 7.1%를 차지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다양성 헌장 공표를 시작으로 약 10여년간 여성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며 "여성임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롯데케미칼 상무 [사진=롯데 제공]

이와 함께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도 모습을 드러냈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는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며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수소에너지, 전기 소재 분야 글로벌 협력 강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다만 직급 승진에 따른 역할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위기속 전략적 재배치로 역량을 집중했다고 분석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신용전망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 계열사 8곳(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롯데캐피탈, 롯데하이마트)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그렇다고 롯데의 회사채 잔액이 부담스런 수준은 아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보유한 회사채 잔액은 22.6조 원이며 내년 만기 도래하는 채권 규모는 5.7조 원, 2024년에는 6.4조 원이다. 차환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지만 자금 부담 이슈가 언급된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차환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시중 금리 상승과 더불어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슈에 직면하면서 이자 부담 확대될 가능성에 노출됐다"며 "대형 M&A, 계열사 지원, 배당 확대 등의 현금 소요가 많아지면서 자금 부담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 했다.

재계도는 지난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외부 영입으로 파격을 택한 롯데가 올해도 글로벌 복합위기와 롯데건설 유동성 논란으로 증폭된 안팎의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해 혁신 카드를 꺼낸 것으로 평가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VCM(Value Creation Meeting) 및 내부 회의에서 '새로운 롯데'를 강조하며 그룹 신사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기존 사업의 턴어라운드 실현을 이끌기 위한 솔루션을 주문해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러한 방향과 연계해 2023년 임원인사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경쟁력 창출'을 중점으로 진행했다"고 이번 인사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롯데케미칼 상무 [사진=롯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