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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종이컵·빨대 규제 철회…친환경 기술의 한계점은?

환경부가 최근 정부 브리핑에서 오는 24일 예정됐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 및 과태료 처분 시행 중 플라스틱 빨대의 규제를 무기한 연기하고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상공인들의 부담 증가와 현실적 대체품의 부재 등의 사유로 일회용품 규제가 철회되자 자영업자 측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으나 환경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을 규제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와 현재 개발 중인 대체제의 한계점, 상용화를 위한 극복 방안 등을 조사해 보았다.

▲ 일회용품 규제의 현실적 장벽은?

환경부의 규제 철회로 환경단체 측에서는 다회용기 사용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자영업자에게 현실적인 대체안이 아직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환경부가 발표한 '재질별 빨대 생산 단가' 비교에서는 플라스틱 빨대가 개당 10원에서 15원일 때 종이 빨대는 35원이며, 쌀 빨대는 50원~70원, 대나무 빨대는 100원이 넘는다.

게다가 실제 규제가 시작되면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또 가장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부분은 포장·배달 부문인데, 회전율이 빠른 카페 특성상 빨대 단가가 조금만 변화해도 점주의 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 9월 발표한 ‘카페 트렌드 2023’에 따르면, 소형·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 내 음용 비율이 10% 수준에서 머물렀다.

대형·고가의 커피 프랜차이즈나 분위기를 중시한 교외의 대형카페에서도 매장 내 음용 비율은 각각 33.7%와 37.2%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픈서베이의 2023년 카페 트렌드 동향 그래프
오픈서베이의 2023년 카페 트렌드 동향 그래프 [오픈서베이 제공]

한편 종이컵의 경우 플라스틱 빨대와 달리 단속 연기가 아니라 규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는데, 현재로서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종이컵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영세한 음식점에서 다회용 컵을 씻기 위한 노동력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도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포장마차이다.

실내 취식이라는 개념이 없고 세척 시설이 없는 포장마차에서 종이컵을 금지할 경우, 다회용기의 사용이 어려워 금전적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

종이컵의 대체용기로 종이 대신 해초를 사용하거나 폴리에틸렌 대신 키틴질 소재를 사용한 대체안이 존재하나, 문제는 가격이다.

인터넷 마켓의 일반 종이컵 100개짜리 1박스가 일반적으로 3000원에서 4000원 안팎인 반면, 친환경 종이컵 1박스는 두 배가량 비싼 7000원에서 8000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종이 빨대 [자료=에콜그린]
종이 빨대 [자료=에콜그린]

▲ 종이 빨대 문제는?…플라스틱 대체제 아직 없어

친환경 기조가 확산되면서 과거보다 국민의 친환경 인식 비중은 높아졌지만, 아직 기술적인 한계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상품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 부담이다. 플라스틱은 단가가 매우 낮아 접근성이 좋지만,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친환경 제품들은 기술력의 한계로 대량 생산이 어렵거나, 환경 보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종이 빨대의 경우, 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음료에 닿았을 때 쉽게 형상 변화가 일어나 편의성이 낮은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PE) 등의 플라스틱 코팅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국정감사 발표자료 역시 등장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주장에 제지업계 측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종이빨대의 경우 폴리에틸렌이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전부터 PE-Free 방침을 통해 폴리에틸렌을 퇴출했으며, 합성수지와 같은 대체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종이빨대에 폴리에틸렌 대신 사용되고 있는 합성수지 역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 완전한 극복으로는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식당 종이컵
[연합뉴스 제공]

▲ 대체용기 개발 시급한데, 정부 지원책은?

현재 몇몇 품목들이 규제 대상에서 빠지거나 무기한 연기됐지만, 완전한 친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체용기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관련 연구기관에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기존 종이 빨대 코팅에 100% 생분해 플라스틱인 PBS(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 소재와 ‘셀룰로스 나노크리스탈’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해당 기술을 적용한 종이 빨대는 기존 합성수지 코팅 종이 빨대보다 구부러짐 현상이 덜하고, 토양보다 분해가 느린 바다에서도 120일 이내에 완전히 녹아 사라지는 실험 결과를 보였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적용 종이빨대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적용 종이빨대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특히 셀룰로스는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물질로, 종이의 원료인 펄프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도 강점이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 관계자는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셀룰로스 나노크리스털도 국내 제지업체를 통해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공정 개발 없이도 원료만 바꾸면 생산이 가능해지기에 가격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상용화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한 대체용기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한 환경에서 미생물을 통해 분해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대부분 실험에서는 50℃ 이상의 따뜻한 환경에서 분해 실험이 진행된다.

그렇기에 실제 해양 혹은 땅속의 차가운 환경에서는 원활한 미생물 증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관계자는 “생분해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현재 신소재 시장을 고려하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결국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바이오 기술 육성 정책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