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25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근 5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5%로, 선진국 중 홍콩(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산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92%로, 스위스,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 이어 주요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비율은 지난 2021년 3분기 말 역사상 최고치인 99.2%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말까지 지속해서 낮아지며 올해 1분기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며 고점 대비 7.2%p 하락했다.
이는 명목 GDP가 가계부채보다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대부분이 금리인하와 함께 2020-2021년 중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이후 2022년부터는 다시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보다 높았던 국가들(스위스,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은 같은 시기 증가속도가 한국보다 느리거나 부채비율이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스위스 0.5%, 호주 -2.4%, 캐나다 -0.3%, 네덜란드 -4.1%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하게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우리나라, 중국, 태국, 홍콩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순위도 2012~2013년 43개국 중 15위에서 2014년 14위, 2015년 11위, 2016~2018년 10위, 2019년 9위, 2020년 8위, 2021년 6위, 2022년 5위 등으로 지속해서 올랐다.
한편, 연구소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가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소는 2015년 이후 늘어난 가계부채는 소비를 목적으로 쓰였던 이전과 달리 가계소비보다는 주택 등 자산매입 목적으로 지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6년 이후 전세대출이 연평균 20~30% 증가하며 전세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년 5%에서 22.9월 14%로 크게 확대됐다.
한국의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60.2%로 글로벌 평균(66.8%)을 밑돌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도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하락해 세계 평균의 75.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대출 내 주택구입목적 가계대출 비중과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추이 등을 고려했을 때, 모기지 발(發) 가계대출 리스크는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에 주목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 2022년 2분기 말 0.56%에서 올해 2분기 말 0.94%로 오르는 동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0%에서 1.56%로 급등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2%로 전체 자영업자(1.6%)와 비취약 자영업자 연체율(0.4%)를 크게 상회했다.
연구소는 "최근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높은 수준"이라며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 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안정과 함께 자영업자의 소득과 생산성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금리 상승, 서비스업 경기 위축,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한국은 주요국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노동생산성은 낮은 편이며, 비슷한수준의 국가 중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한국 자영업자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은행 의존도·변동금리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주요국 대비 자영업자 부실로 인한 가계부채 리스크는 다소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