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여파로 아파트 거래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주택 장기보유자들의 매도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 주택을 정리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16일 등기정보광장의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1월 총 8567명이 집합건물(아파트, 다세대, 연립주택 등 포함)을 매도한 가운데 이 중 10년 넘게 갖고 있다가 매도에 나선 비중이 11월 30.5%(2613명)로 2021년 9월 30.7%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건물 매도자 비중을 들여다보면 '10년 초과 보유 후 매도' 비중은 26.8%∼28.7% 수준이었으며 30%를 넘은 것은 11월이 유일하다.
직방은 "스트레스 DSR 2단계가 9월부터 시행됐고, 가계대출 강화에 대출규제 등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매수인의 관망세가 짙어졌다"라며 "올해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4분기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0년 넘게 주택을 보유한 장기 보유자들 입장에선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 조금이라도 빨리 팔자라는 심리가 작용하며 매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보유기간 별로 들여다보면 '10년 초과∼15년 이하 보유' 매도자가 1005명(38%)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2010∼2014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었던 와중에 주택을 매수했으며 12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3.3㎡당 3천883만원)이 10년 전인 2014년 12월(3.3㎡당 1천457만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이들이 보유한 주택 가격도 그만큼 뛰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으로는 '20년 초과 보유' 매도자 827명(32%), '15년 초과∼20년 이하 보유'한 매도자 781명(30%) 순이었다.
10년 초과 장기 보유 매도자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송파구(8.1%, 212명)였으며 ▶강남구 7.8%(203명) ▶ 서초구 6.9%(180명) ▶ 노원구 6.8%(178명) ▶ 마포구6.0%(158명) 순위로 뒤를 이었다.
올해 갈아타기 등으로 거래량이 많은 지역에서 장기 보유자 매도 비중도 높게 나타난 셈이다.
특히 수요가 꾸준한 선호지역인 강남 3구가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해 장기 보유 매도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와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직방은 "한국은행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대출규제 기조가 여전히 강해 사그라든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수출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경기전망이 좋지 못한 가운데 최근에는 정국 혼란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라며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 주택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장단기 보유 관계없이 당분간 거래시장의 위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