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앞서 백화점들이 수수료로 매출액의 거의 절반 수준인 47%를 받아 온 사실을 적발,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한 면세점들이 일반 백화점과 같이 독과점화가 심해져 불공정행위를 일삼는다는 소문이 많아 공정위가 서울시내 면세점 4곳을 대상으로 1~2월 말부터 처음으로 실시한 판매수수료 실태조사결과로 공정위에 지적된 상위 2개사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국내 중소납품업체 81곳(롯데 54개, 신라 27개)의 수수료를 이달부터 3~11% 포인트씩(평균 5.6% 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며, 동화면세점와 SK네트웍스(워커힐), 한국관광공사 등이 운영하는 면세점들도 조만간 수수료를 인하할 예정인 가운데 소문과 같이 지나친 판매수수료 문제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이어 면세점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중소 납품업체들이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이익감소, 투자위축 및 품질 저하, 판매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다소나마 더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들 면세점들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결과, 수수료가 계약서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의 판매액의 14∼63%에 이르고 특히 납품업체 3곳 중 1곳은 알선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55% 이상의 수수료를 물고 있어 백화점 평균 수수료 32%에 비해 무려 23%포인트가 높았다.
수수료가 55% 이상인 업체의 매출비중은 전체적으로 12.1%였으며 이를 국내·외 브랜드로 구분하면 해외브랜드가 8.5%였고, 국내브랜드는 27.8%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의 매출액은 45억2천만 달러(약 5조1천억원)로 추정되며,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85.2%를 점유하고 있다.
면세점 수수료에는 외국인들을 소개해주는 여행사와 가이드 등에게 지급하는 알선수수료 15%가 포함돼 있어 납품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이 더 컸다.
면세점들은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김과 김치 등의 품목을 납품하는 소규모 입점업체들에게는 수수료로 무려 66%를 물린 반면 수입브랜드 핸드백에는 14%의 수수료만 받았다. 10만원짜리 상품을 팔 경우 6만6천원은 면세점에게 바쳐야 했던 것이다. 비싼 가격이 의아했던 건 바로 이 과한 수수료가 원인이었다.
문제는 해외유명 브랜드에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파격적인 특혜를 주었고, 국내 업체에게는 늘 떼가는 알선수수료를 해외업체에는 붙이지 않는 역차별을 했다는 것이다. 면세점들이 외국계 대형 브랜드를 우대하면서 해외유명브랜드의 손실 또는 낮은 이익을 국내업체에게 전가하며 폭리를 취했다. 면세점 매출 중 외국인 매출의 70% 정도가 여행사의 도움으로 이뤄지며 그 대가로 면세점들은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15%의 알선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면세점은 이 부분도 `판매수수료`에 포함시켜 납품업체에 전가하고 있었다.
면세점의 수수료 폭리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얼마나 중소기업들을 쥐고 흔들었는지 단면을 보여준다.
국내 납품업체는 해외 관광객에게 홍보하기 위해 출혈을 감소하고라도 입점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불어 입점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처럼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업체들을 손 안에 쥐고 잇속을 챙긴 것이다.
이에 대해 백화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아무리 높아도 40%를 넘지 않았고 알선수수료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또한 백화점들도 판매수수료 32%에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이 평균 15%에 달했다.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국내 납품업체에 대한 백화점의 이같은 수수료는 해외유명브랜드에 메기는 17%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지난해 11월 백화점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를 3~7% 포인트 서둘러 내렸지만 납품업체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공정위는 면세점이 판매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판촉비와 인테리어비 등의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지 감시할 계획이고, 앞으로 이행실태 점검이나 풍선효과차단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실태조사 과정에서 일부 불공정행위 혐의가 발견되면 추가 보완조사 등을 통해 시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판매수수료 실태조사로 롯데와 신라 면세점은 중소 납품업체에 대해 이달부터 수수료를 3~11% 포인트 깎아 준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체와 비교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특수성을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면세점들은 판매수수료 외에도 입점업체에 수시로 매장 이동을 요구하며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기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일삼아 왔다. 공정위는 앞으로 인하방안 대로 인하되는지 여부에 대한 이행실태를 철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대로 수수료 인하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를 감시해야 할 것이며, 다른 형태의 불공정행위는 없는지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