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새해 첫 거래일부터 폭등세를 보이면서 산업계와 금융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기업 결산을 돕기 위해 환율 관리에 나섰던 외환당국이 손을 놓자 달러화 매수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양상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본계 은행의 회계 결산이 마무리되는 3월까지는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등으로 1,500원을 넘어서는 폭등세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억눌렸던 달러 매수세 분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종가보다 무려 50.50원 높은 1,310.00원으로 올해 첫 거래를 시작해 1,331.00원까지 치솟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과 은행의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외환당국의 연말 환율 관리 영향으로 억눌렸던 기관의 달러화 매수세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지난달 24일 이후 4거래일간 하락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당국은 기업 회계처리 기준이 되는 작년 말 시장평균환율(MAR)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통해 지난달 24일부터 연말까지 환율을 78.50원 폭락시켰다.
이날 환율 폭등은 이미 작년 말 역외선물환(NDF) 시장 움직임에서 예고됐다. 작년 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259.50원으로 마감했지만 이어진 역외시장에서는 곧바로 1,300원을 돌파했고 뉴욕 시장에서 1,35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 "당분간 불안..3월 이후 하락"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한 만큼 당분간 오름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당국이 작년 말과 같은 강력한 매도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계 은행의 회계결산이 마무리되는 3월말까지 외화 유동성 부족과 경기 둔화에 따른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될 수 있지만 작년 선물환 매도 등으로 미리 매물화된 규모가 많아 환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3월 말이 지난 이후 일본계 자금의 이탈이 마무리된 점을 확인한 이후 환율 하락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에는 1,300원 위에서 큰 폭으로 등락하면서 1,42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도 "1분기 건설사와 조선사 퇴출기업 윤곽이 잡히고 경기가 저점에 접근하면서 환율이 고점을 찍을 것"이라며 "수출기업의 환위험 헤지분 청산이 이뤄지면서 달러화 수요가 폭주할 수 있어 상반기 1,500원 부근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 1,500원을 넘어섰던 작년 11월과 같은 폭등세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이나 한도 확대 가능성 등으로 환율이 3월을 전후해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새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환율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이코노미스트는 " 이달 첫 주에 환율의 고점 공방이 진행되겠지만 작년 11월과 같은 폭등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요국들과의 통화스와프 협정과 리보금리의 안정,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나타내는 변동성지수인 VIX(Volatility Index) 등 각종 위험지표의 완화, 외국인 주식매수세 재개 등이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