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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휘청'..첫 영업적자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반도체.LCD 가격 하락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쳐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냈다. 주요 부문별로도 본사기준으로 휴대전화를 빼고는 반도체.LCD.디지털TV 등이 모두 손실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한계 상황에 몰린 해외 경쟁 IT업체들의 추락에 비해 분명히 '선전'했고, 특히 불황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 점은 경기 회복기 이후를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4분기 9천400억 영업손..가격하락+마케팅비

23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본사 기준으로 18조4천500억원의 매출과 9천400억원의 영업손실, 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도 7천4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영업손실을 낸 것은 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손실 규모도 시장의 컨센서스(본사기준)였던 2천500억여원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같은 '어닝 쇼크'에 대해 "반도체와 LCD 패널 가격이 크게 떨어진 뒤 업황 회복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휴대전화나 TV 등 세트 제품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려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휴대전화.TV만 따져도 삼성전자의 4분기 마케팅 비용은 3분기보다 9천억원이나 늘었다.

주요 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D램 스팟 가격(1G DDR2 기준)이 3분기대비 48%나 급락하고 PC 등의 수요도 줄면서 본사 및 연결 기준으로 각각 5천600억원, 6천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CD 역시 시장 TV.모니터.노트북용 패널의 시장 평균판매단가(ASP)가 3분기대비 19~26% 떨어짐에따라 본사 기준 3천500억원, 연결 기준 2천300억원을 밑졌다.

그나마 정보통신 부문의 휴대전화 사업이 선전하며 전체 영업손실 규모를 줄였다. 작년 4분기 세계 시장 규모가 전년동기대비 5% 뒷걸음쳤음에도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5천280만대가 팔려 분기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워 본사와 연결 기준 각각 1천600억원, 1천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디지털TV 등 디지털미디어 부문도 치열한 가격 경쟁에도 불구, 연결 기준 1천100억원의 흑자를 냄으로써 체면을 차렸다. 그러나 본사 기준으로는 역시 1조7천억원의 손실이 집계됐다.

◇ 경쟁업체 비해 '선전'..점유율 확대 성과
'첫 분기 영업적자'의 충격에도 불구, 삼성전자는 지난해 IT 불황 속에서도 다른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작년 4분기 매출 대비 영업손실률은 -14%로, 40%를 훌쩍 넘어선 주요 마이크론.난야 등 주요 해외 경쟁업체들은 손실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술 측면에서도 2G DDR2, 1G DDR3 등 차세대 제품을 강화, 하이엔드(고사양)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했고, 고용량 모비낸드(MoviNAND) 등 차별화 제품에 주력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키웠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휴대전화 역시 2007년보다 22% 많은 약 2억대를 팔아 성장률이 시장 평균의 2배를 웃돌았고, 시장점유율도 16% 수준으로 1년사이 2%포인트 더 높아진 것으로 삼성전자측은 추정하고 있다.

LCD TV 역시 가격 경쟁 심화와 연말 수요 증가세 둔화 속에서도 적극적 마케팅과 '크리스털 로즈'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세계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했다.

외형면에서도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연결기준 매출이 118조원을 기록, 사상 처음 100조원대를 넘어섰다.